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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기회는 코인뿐”… 부동산에 뿔난 2030 ‘불나방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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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 재직 중인 박모(30대·남성) 씨는 15일 “처음엔 알트코인에 100만 원을 투자했는데 2∼3일 만에 2∼3배가 오르면서 돈 벌 방법은 이거다 싶어 규모를 1000만 원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박 씨는 “부동산 가격은 급등하는데, 월급은 사실상 동결이다 보니 암호화폐에라도 투자하지 않으면 먹고살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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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투자자들은 ‘투기’임을 알면서도 “마지막일지 모를 계층 상승 사다리를 잡기 위해 투자한다”는 경우가 많았다. 암호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은 연일 상승세다. ‘비린이’(비트코인+주린이), ‘떡상’·‘떡락’(급격한 상승·하락), ‘존버’(무작정 버티다 ), ‘투더문’(사들인 코인이 달까지 수직으로 상승하길 바란다는 뜻), ‘김치 프리미엄’(한국에서 더 비싸게 거래되는 현상) 등 신종 은어를 만들어내며 암호화폐 투기 광풍이 계속되고 있다. 처음엔 ‘코인충’(코인에 투자하는 사람을 벌레에 비견해 얕잡아 표현하는 말)이라고 비판하던 사람들도 주식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리자 불나방처럼 뛰어들었다.

전문가들은 2030세대의 암호화폐 투기 광풍을 ‘슬픈 투기’라고 명명했다. 불공정에 대한 분노, 계층 상승 사다리 단절에 좌절을 느낀 젊은 층이 위험한 희망 찾기에 나섰다는 진단이다. 암호화폐거래소 코인원이 지난 1∼2월 회원 130만 명을 대상으로 암호화폐 투자에 대한 연령별 일평균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 30대가 39%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20대도 1.9%로 나타났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날 “기성세대들이 근로소득 대비 몇 배수로 집값을 높여버리면서 2030세대의 집 한 채 장만에 대한 꿈을 빼앗아버렸다”며 “투자를 하려면 주식과 암호화폐뿐인데 조급해하다 보니 변동성이 큰 쪽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들은 아파트 소유 여부에 따라 위너와 루저가 갈리는 걸 목격하고 있다”며 “이번 기회를 놓치면 또다시 루저가 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청년 세태는 소설 주제로도 다뤄지면서 우리 사회의 한 단면으로 자리 잡았다. 장류진의 신작 장편소설 ‘달까지 가자’는 대기업에 비공채로 입사한 세 명의 사회 초년생이 상대적 박탈감과 희망 없는 생활에 시달리다가 암호화폐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내용이다. ‘한탕주의’가 만연하면서 노동가치 경시 현상이 팽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2030세대 입장에서는 노동으로 자산을 형성하기 어려워져 다른 수단으로써 암호화폐 투자에 나서고 있다”며 “정상적 경제 활동은 노동과 같은 생산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수년째 암호화폐에 대한 법적 성격을 정의하지 않고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로 간접 규제에만 나서면서 각종 부작용도 생기고 있다. 최근 은행권은 김치 프리미엄 현상을 이용한 차익 거래, 즉 ‘환치기’로 의심되는 해외 송금이 급증해 비상이 걸렸다. 이달 들어 9일까지 5대 은행의 위안화 보수 송금액은 7257만 달러를 기록해 지난 3월 한 달 전체 송금액(907만 달러)의 8배로 치솟았다. 비트코인 거래량 약 10~ 20%를 제외한 나머지가 알트코인 거래에 몰려 있다는 점도 국내에만 있는 현상이다. 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는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규제가 만들어지고 변동성이 작아지면서 자연스레 투자자들은 줄어들 것”이라며 “반대의 경우로 해를 끼친다고 판단되면 없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비트코인의 미래는 아주 어둡다”고 내다봤다.

김보름·민정혜·송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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