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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결혼 포기한 30대 "외제차 사고 주식한다"

  • 루비루비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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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결혼 포기한 30대 "외제차 사고 주식한다"

정부, 저출산·고령화 대책에 여론 싸늘
"아동수당 대신 고용 안정-육아-돌봄 종합 대책 나와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지금 서울에서 집을 사려면 최소 8~9억원은 있어야 한다. 주식 말고는 방법이 없다."

금융업 종사자 김모(33)씨는 최근 정보통신기술(IT)·게임·엔터주를 중심으로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5일 김모씨는 "아빠, 엄마 세대에는 직장에서 번 돈으로 집을 살 수 있었지만, 우리 세대에는 아무리 벌어도 집을 못 사는 상황이어서 일단 주식을 시작했다"며 "집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결혼에 대한 계획도 늦춘 상태"라고 밝혔다.

김씨의 사례처럼 최근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면서 결혼을 미루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통계로 보는 1인 가구'를 보면 30~39세 1인 가구는 33.7%로, 20~29세(36.9%)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3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2020년 12월 31일 기준 1·2인 세대를 합친 비중은 전체 세대의 62.6%에 이른다. 지난 2016년(56.5%)보다 6.1%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전통적인 가족 개념 변화가 세대 변동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결혼 비용을 모으는 대신 자기투자를 택한 이들도 있었다. 전문직 종사자 홍모(30)씨는 "내 집을 살 수 있어야 결혼도 있다"며 "부동산 구매는 혼자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얼마 전 외제차를 구매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통계를 보면 국내에서 개인이 구매한 수입차 15만4501대 중 30대가 구매한 차량은 32.1%(4만9650대)에 달했다. 홍모씨는 "결혼을 하더라도 돈 몇 백 때문에 출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고용안정-육아-돌봄 등의 정책 지원이 획기적인 수준으로 변해야 출산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혼을 했지만 출산이 늦어지면서 반려견을 키우는 부부도 있었다. 프리랜서 김모(35)씨는 "지난해 말 결혼을 했지만, 아내의 경력 단절을 이유로 아이 계획을 미룬 상황"이라며 "바로 아이를 갖기보다는 시기를 보기 위해 반려견을 키우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동수당 등 일시금 지급보다는 일반 신혼부부와 아이 한 명 있는 부부의 특별공급 점수를 차별화해주는 것이 더 좋다"고 밝혔다.

정부가 앞서 발표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는 영아수당 지급, 다자녀 기준을 3자녀에서 2자녀로 변경하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방법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원금 늘려주는 것 외에 청년에 대한 대책이 크게 들어있진 않다"며 "지금 청년 세대들은 기본적으로 양질의 일자리와 내 집 마련이 돼야 결혼과 출산을 생각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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