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597421?sid=104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로 올겨울 난방비가 치솟는 등 에너지 위기가 현실화할 전망이 커지자, 독일 정부가 국가적 대응에 나섰다. 저소득층 난방비 부담을 줄이고, 경영난에 빠진 에너지기업의 인수를 추진한다.
독일의 ‘신호등 연정’을 이끄는 올라프 숄츠 총리(사회민주당),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장관(자민당), 로베르트 하베크 경제부총리(녹색당) 등은 4일 베를린 총리실에 중앙은행 관계자, 기업인, 노조 인사를 초청해 인플레이션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인 ‘집단행동’을 개최했다. 독일연방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6월 독일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 올랐고, 이 가운데 에너지 부문 상승률은 38%였다. 또 천연가스·석유 등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5월 무역수지는 31년 만에 처음으로 10억유로(약 1조3500억원)가량 적자를 기록했다.
숄츠 총리는 전날인 3일 공영방송 <아에르데>(ARD)와 한 인터뷰에서 “만약 난방비가 갑자기 몇백유로 오른다면 많은 사람이 대처할 수 없게 될 것이고 이는 큰 사회적 분노를 촉발할 것”이라며 “천연가스 공급 기업과 소비자 양쪽 모두에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며 국가 지원을 약속했다. 숄츠 총리는 올해 300억유로(약 40조7천억원)를 에너지 비용 지원으로 배정해 중하위 계층이 비용 상승분의 90% 정도를 경감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진짜 문제는 내년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독일은 천연가스의 55%, 석유의 34%(이상 2020년 현재)를 러시아에 의존해왔다.
같은 날 민간단체 독일경제연구소(IW)도 에너지 요금이 치솟으면서 ‘에너지 빈곤층’이 크게 늘었다는 발표를 내놨다. 이 연구소 발표를 보면, 전체 독일 가구 중 순소득의 10% 이상을 난방·온수·전기 등 에너지 비용에 지출하는 ‘에너지 빈곤층’ 비율이 올해 25.2%(5월 기준)로 집계돼, 지난해 14.5%보다 10.7%포인트 증가했다. 이들은 에너지 빈곤층 가정이 올해 약 2500유로를 에너지 비용으로 지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연구소의 경제학자 막시밀리안 슈토크하우젠은 “에너지 빈곤은 저소득층만의 위협이 아니다. 중산층에도 점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소비의 상당 부분을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의존하는 독일은 지난달 23일에는 ‘3단계 비상대응계획’ 중 2단계인 ‘비상경보’를 발동한 상태다. 올겨울엔 가스 배급제가 시행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숄츠 총리는 전쟁이 얼마나 길어질지 예측할 수 없다며 “러시아가 천연자원과 곡물 등을 (이용해) 인플레이션을 무기화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행동에 따른 직접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에너지 안정화를 위해 여러 법안을 바꾸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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