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144073?sid=104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전선에서 탱크로 밀어붙이는 ‘진격’ 대신 포격을 통한 ‘파괴’에 집중하고 있다. 키이우 전선에서 적지 않은 병력을 잃은 러시아군이 병력 누수를 최소화하면서 기존 점령지를 지켜낼 수 있는 방안이다. 하지만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고 교착국면이 길어지는 상황에 대해 크렘린궁 내부의 불만도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월9일 제2차세계대전 승전기념일에 전면전을 선언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에서는 30일(현지시간) 러시아 포병대의 대대적 공격이 벌어졌다. 러시아 매체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무기고 15곳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군과 장비가 집중된 389곳에 포격을 가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오데사 공항 활주로가 포격을 받아 손상됐으나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이 추가로 점령한 도시는 없었다. 우크라이나 총참모부는 일일 전황 업데이트에서 러시아군이 목표로 한 도네츠크의 리만, 루한스크의 시비에로도네츠, 포파스나가 3개 도시의 점령에는 실패했으며 교전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도 동북부 국경을 접한 러시아 브랸스크, 쿠르스크 지역을 폭격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AFP통신은 러시아군의 전략이 힘으로 밀어붙이기에서 끈질기게 공격해 계속 고통을 주는 것으로 전환됐다고 우크라이나군 관계자와 러시아 군사전문가를 인용해 보도했다. 실패로 끝난 키이우 진공 작전 대신 마리우폴 포위 전략을 돈바스에서 재현하겠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 역시 무기 부족으로 진격이 불가능하다는 계산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돈바스 평원에서 양측의 전선이 체스판처럼 뒤엉켜있고, 우크라이나군은 규모와 장비 측면에서 우위인 적을 상대로 지연 작전을 쓰는 것 이외에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도 향후 돈바스 전선은 포격전이 중심이 될 것이라며 러시아군이 마리우폴에서 성능을 입증한 장거리 곡사포를 활용해 도시 파괴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을 인용해 분석했다.
러시아군의 막대한 손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독립언론 키이우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현재까지 2만3200명의 러시아 군인이 전사했고, 러시아 항공기 190대, 탱크 1000대 이상, 해군 함정 8척, 소형 차량 1700대, 장갑차 2500대, 포병 시스템 436대가 지난 2월 개전 이후 피해를 봤다. 탱크와 항공기 손실은 러시아의 1~2년치 생산량과 맞먹으며 서방의 제재로 부품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무기 추가생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한 영상에서 “우크라이나군은 1000대 이상의 러시아 탱크와 약 200대의 항공기, 2500대의 장갑차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교착국면에 빠진 전세를 뒤집기 위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특수군사작전’이라는 용어를 버리고 전면전을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은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는 전세계 나치들과의 전쟁 상태에 있으며 러시아인들에 대한 대규모 동원이 필요하다’고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며 러시아의 2차세계대전 승전기념일인 5월9일에 이 같은 선언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2차세계대전은 나치와 싸워 이긴 전쟁으로 기념된다. 전면전을 선포하면 계엄령과 대중동원이 이뤄진다. 징집병들이 1년 넘게 군에 복무하고 전선에 투입될 수도 있다. 이는 정치적으로 대단히 민감한 상황이기 때문에 러시아는 지금까지는 이 같은 결정을 피해 왔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은 키이우 공세 실패를 보상받고 싶어한다고 텔레그래프 등이 전했다. 특히 군 수뇌부들이 푸틴 대통령에게 ‘특수작전’ 용어를 버리고 전쟁을 선포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니콜라이 파트루세프 안보위원회 서기는 “최근 기업가들이 시장 메커니즘에 빠져 있다. 자급자족 경제가 필요하다”며 경제를 전시체제로 돌릴 것으로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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