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소녀, 성폭행 피해 이후 극단적 선택.NEWS
- nleqxw 작성
장혜린(가명·16)양이 2019년 자필로 작성한 일기장 일부. 성폭행 피해자였던 장양은 "말하고 싶어도 반응이 감당이 안 될 것 같다"고 적었다. 우리 사회가 성폭행 피해 사실을 밝혔을 때 피해자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봤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장양은 피해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못한 채 또 다른 학생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고, 지난해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또래 집단은 장양이 숨기고 싶어했던 피해 사실을 페이스북 단체 대화방에서 공개하고 피해자를 '걸레'라고 조롱하는 등 2차 가해를 일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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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린(가명·16)은 그날따라 기분이 좋았다. 가을 옷이 필요했는데, 평소 눈여겨봤던 후드티를 아빠가 결제해줬기 때문이다. 외출하기 전엔 집에서 엄마랑 김장을 하면서 수다를 떨었다.
그러나 웃으면서 집을 나갔던 혜린은 그날 밤 울면서 귀가했다. 그리고 방문을 잠가버렸다. 엄마가 몇 차례 노크했지만 인기척을 보이지 않았다. 문을 잠그는 일도 드물지만, 적어도 엄마 부름에 대답은 했다. 엄마는 느낌이 좋지 않았다. 급하게 아빠를 불러 문을 따고 들어갔지만, 혜린은 방에 없었다. 베란다 창문이 열려 있을 뿐이었다.
슬픔도 잠시였다. 부모는 딸의 선택을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렇게 죽을 아이가 절대 아니었다. 울면서 돌아온 딸에게 말 못할 일이 있었던 게 분명했다. 유서엔 누군가의 휴대폰 번호가 적혀 있었다. 사건의 실체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혜린이가 부모에게 진실을 밝혀 달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엄마 아빠는 딸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기로 마음먹었다. 그것은 딸을 위해 부모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었다.
부모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딸이 유서에 남긴 번호로 전화했더니 혜린이 친구가 받았다. 부모는 그 친구를 통해 혜린이가 페이스북 단체 채팅방에서 또래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 '아이는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던 것일까.' 엄마아빠는 슬퍼할 겨를도 없이 혜린이의 과거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딸의 페이스북 계정에 접속하기 전엔 잠시 망설였다. ‘판도라 상자’를 여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들춰내서 읽어야 했다. 도대체 딸이 왜 죽었는지 알아내야만 했다.
2020년 9월 24일 오후 8시42분. 혜린이 그토록 숨기고 싶어 했던 피해 사실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까발려졌고, 성폭행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손가락질받는 상황이 됐다. 혜린은 부모에게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에서 살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성폭행당한 사실이 알려지는 걸 극도로 꺼렸던 탓이었을 거다.
5시간이 지난 다음날 새벽. 조용해진 단체 채팅방에서 A양이 다시 불을 지폈다. A양은 평소 혜린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고, 심한 욕설을 해온 문제적 인물이었다. A양은 혜린이 인스타그램에서 수백 명의 팔로어가 생기며 인기를 얻자 “꼴 보기 싫다”며 게시물을 내리게 할 정도로 혜린을 괴롭혀 왔다. 온라인에서의 공격도 혜린과 같은 반이었던 A양 주도로 이뤄졌다. A양은 대화가 잠잠해지면 “같이 갈구자(괴롭히자)”며 아이들을 부추겼다. A양이 어떻게 혜린의 성폭행 피해 사실을 알게 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는 성폭행 피해자였던 혜린을 ‘걸레’라고 칭하며 욕을 했다.
A양은 심지어 또래들이 모인 페이스북 단체방에 다른 지역에 살고 있던 C양까지 불러들였다. C양이 학교를 다니는 지역은 혜린이 전학을 고려하고 있던 곳이었다. "혜린이, 너네 동네로 이사 간대. 애들한테 소문 좀 내줘." A양의 부탁에 C양은 동조했다. C양은 혜린에게 “개X같이 생겼다”며 혜린의 외모를 비하했고, “까불지 말고 싸가지 챙기고 댕겨. 여기 와도 받아줄 사람 없어”라고 퍼붓기도 했다.
부모가 딸의 ‘판도라 상자’를 열어보니, 딸이 겪었던 고통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극단적 선택을 하기 사흘 전, 혜린은 단체방에서 온갖 조롱과 모욕을 당했다. 부모가 보기에, 지옥이 있다면 아마도 그 방이라고 여겨질 정도였다. 부모는 페이스북 대화들을 토대로, 혜린이가 수개월 동안 A양에게 끌려 다니며 오프라인에서도 괴롭힘을 당해온 사실까지 파악할 수 있었다. 사고 당일 역시 혜린은 엄마와 약속한 귀가 시간 전에 집으로 돌아오려고 했지만 올 수 없었다. A양이 가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A양은 혜린이가 눈을 감는 순간까지도 채팅방에 혜린의 남자친구를 포함해 또래 아이들을 불러 놓고 혜린에 대한 험담을 늘어놨다. '혜린이는 걸레다' '혜린이는 좀 맞아야 한다'며 지겹도록 쏟아냈던 말들을 또 다시 했다. 답이 없는 혜린에게는 계속해서 페이스북 메시지를 확인하라며 화를 냈다.
A양을 비롯한 가해자들은 자신의 행동이 범죄임을 인식하고 있었다. "때리고 신고 당하겠다"는 A양에게 C양은 "이번에 또 일 터져서 신고 당하면 바로 6호"라고 말했다. 법의 심판을 받는 것도 두렵지 않은 듯했다. A양은 1호부터 10호까지 있는 법원의 보호처분 중 1호, 2호, 4호 처분을 받았다는 C양에게 "다행이네ㅎ"라고 말한다. 부모의 슬픔과 탄식은 어느새 충격과 분노로 바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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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린이 남긴 마지막 말 "사랑해요 엄마아빠"
해결책을 제시하기엔 너무 늦었던 걸까. “사랑해요 엄마아빠.” 혜린은 지난해 9월 27일 부모에게 마지막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딸은 유서에서 엄마아빠 딸로 언니의 동생으로 살아서 행복했다고 적었다. 혜린이는 ‘많이 속 썩이고 그랬는데 너무 죄송하다. 다음에 엄마 딸로 태어나면 이 기억 간직하고 속 안 썩이고 같이 백화점도 가고 같이 놀러도 가겠다’며 가족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드러냈다. 혜린은 ‘눈 뜨고 죽는 건 무섭다. 이불 좀 챙겨가겠다’며 죽음을 앞두고 느꼈을 두려움을 고스란히 드러내기도 했다.
혜린의 부모는 고심 끝에 한국일보 인터뷰에 응했다. 가해자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강간 사건의 가해자인 전군은 형량이 과하다며 재판부에 항소했고, 기각되자 이에 불복해 다시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2차 가해를 일삼았던 A양 등은 경찰 조사를 받고 지난해 11월 기소의견으로 인천지검에 송치됐다.
아빠는 수천 건이 넘는 딸의 페이스북 메시지 대화내역을 엑셀 파일로 정리하고, 딸의 계좌이체 내역을 파악해 경찰에 증거로 제출했다. 교통카드 기록을 토대로 딸이 A양 등에게 괴롭힘을 당하며 끌려다녔을 동선도 분석했다. “가해자들은 혜린이를 집요하게 괴롭혔어요. 딸은 세상을 떠났지만 가해자들은 지금도 누군가를 괴롭히고 있을지도 몰라요. 이들에게 잘못된 행동을 하면 반드시 벌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요." 딸을 잃은 혜린이 부모의 소원은 과한 것일까.
기사전문 : https://news.v.daum.net/v/20210201043102215
기사 보는데 너무 슬퍼진다. 어린 애가 어떻게든 살려고 노력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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