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 날개
우측 날개

영웅인가 악당인가, 관동의 자객 라이스샤워 (말딸주의)

  • rmbutp 작성
153 조회
본문

1.jpeg



 



1.png



 



관동의 자객 라이스 샤워



 



 



 



열심히 달려을 뿐인데 역사적인 위업을 저지했다는 오명을 쓰고



 



'관동의 자객'으로 불리며 악역 취급받던 경주마가 있었다.



 



그러나 실은 관서의 그 어느 말보다도 요도(교토 경마장)에서 빛났던 말이었고,



 



최후도 요도에서 맞이했던 말이었다. 그 말의 이름은 라이스 샤워



 



 



 



 



 



 



 



 



라이스 샤워를 알아보기 전에 먼저 하나 알아야 할것이 있다



 



일본은 가로로 길게 관동, 관서로 나뉘며



 



 



 



 



2.png



 



전기도 다르게 쓰고



 



 



 



 



3.png



 



문화도 다르다



 



 



 



 



4.jpg



 



 



 



5.jpg



 



 



 



6.jpg



 



이렇게 나누어진 일본은 지역 감정이 심하다 일단 이정도만 알아두고 시작하자



 



 



 



 



 



 



 



 



 



 



1991년 3월에 미호 트레이닝 센터의 조교사 이이즈카 요시지에게 맡겨졌는데,



 



마체의 밸런스는 훌륭하지만 수말치고는 꽤 작은 키라 대성할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었다 



 



 



 



 



7.jpg



 



 



성격은 온순 그 자체로 시키는 건 정확히 따라하고, 시키지 않은 건 절대로 하지 않는 타입.



 



손이 가지 않고 육성 진도도 빨랐다고 한다. 



 



훗날 붙는 자객의 이미지와는 대조적인 모습.



 



 



 



 



 



 



후요우 스테이크스(오픈, 1600m)에서 승리했으나 오른앞다리 골절로 전치 3개월 판정,



 



복귀전인 3월의 스프링 스테이크스(GII, 1800m)에서



 



운명의 미호노 부르봉과 처음 마주친 라이스 샤워.



 



이때만 해도 라이스 샤워는 '기타 등등'에 속하는 존재였다.



 



선두로 골인한 미호노 부르봉과는 9마신에 가까운 대차의 4착.



 



 



 



 



 



 



 



8.jpg



 



패왕 미호노 부르봉



 



 



 



 



 



두 번째 미호노 부르봉이 최전방에서 파괴적인 힘을 과시하는 사이 큰 힘을 못 쓰고 8착에 머물렀다.



 



저런 부진함을 반영한 탓인지



 



세 번째 일본 더비(GI, 2400m) 당일의 단승 인기는



 



총 18마리 중 16번째. 114.1배. 누구도 기대하지 않는 수준의 레벨이었다.



 



그러나 로베르토에서부터 내려온 장거리의 피는 400m가 늘어난 더비에서 위력을 드러냈다.



 



스피드만으로는 버텨낼 수 없는 2400m의 클래식 디스턴스!



 



그리고 말의 컨디션이 확실히 올라온다는 걸 체감한 마토바가 건 작전,



 



'시작부터 미호노 부르봉을 마크하고 따라간다'가 제대로 먹혔다.



 



1착은 당연히 한 단계 다른 레벨에 있던 미호노 부르봉의 것이었지만,



 



2착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라이스 샤워.



 



 



 



 



1번 인기의 말의 뒤에 16번 인기의 라이스 샤워가 들어오면서 마연(쌍승) 배당은 무려 295.8배의 3만마권!!!



 



다만 고향에서는 더비만 나갈 수 있다면 뭔가 보여줄 거란 믿음이 있었는지



 



직원들 보너스를 현찰 대신 라이스 샤워를 엮은 천엔짜리 마권을 줬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그리하여 여름을 난 뒤 복귀한 곳은 9월의 세인트 라이트 기념(GII, 2200m).



 



3주 후의 교토 신문배(GII, 2200m)에서 미호노 부르봉과 네번째로 만났고,



 



미호노 부르봉이 레이스 레코드를 갈아치우며 우승하는 가운데 1마신 반 차이로 2착.



 



더비 때는 4마신 차의 격차였으나 하이페이스 속에서도 줄어든 격차는



 



거리의 벽을 깨고 무패 삼관의 업적에 도전하는 미호노 부르봉 측에서도 명백한 위험 신호였다.



 



 



 



 



 



 



9.jpg



 



패왕을 쫓아오는 자객 라이스 샤워



 



 



 



 



 



드디어 3주 후 11월 8일. 킷카상(GI, 3000m) 당일.



 



개최지인 요도의 교토 경마장엔 심볼리 루돌프 이래 첫 무패 삼관 달성의 순간을 보러



 



12만의 관중이 운집했다.



 



교토 경마장은 JRA 중앙경마회에 소속으로 일본 서부 지역 최고의 경마장



 



거기에 관서의 말 미호노 부르봉!



 



관서인들의 염원을 업고 압도적인 인기의 단승 1.5배.



 



그러나 쿄웨이 보우건이 경주 전부터 예고하던 도주를 감행하며 맨 앞으로 나서자



 



장거리에서의 소모전을 의식한 미호노 부르봉은 평소대로 선두에 나서지 못했다.



 



그리고 그 부르봉을 철저히 마크하고 따라오는 라이스 샤워의 모습은



 



미호노 부르봉을 응원하는 교토의 관중들에게 그야말로 불길한 검은 그림자처럼 보였다.



 



 



 



 



 



 



10.jpg



 



 





 



관서에서 관서 말의 대기록이, 관동 말에게 깨졌다



 



 



 



 



그 검은 그림자가 직선에서 미호노 부르봉을 앞서는 순간, 관중석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레코드를 갱신하는 3분 5초의 기록. 라이스 샤워 1착. 미호노 부르봉 2착.



 



그들의 기대를 무너뜨린 관동의 말에게 우승자를 맞이하는 박수는 없었고,



 



야유에 익숙한 기수들에게조차 생소한 기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라이스 샤워는 첫 GI 우승 순간, 그렇게 악역의 딱지가 붙어 버렸다.



 



 



 



 



 



 



 



 



 



 



11.jpg



 



 



12.jpg



 



 



당시의 신문 1면. '라이스가 이겼다'가 아니라 '부르봉이 졌다'다.



 



'삼관의 꿈 무산돼'  '12만 대관중 한숨' 등등.....



 



 



 



 



 



 



 



 



 그리고 시간은 흘러



 



1993년 4월 25일. 천황상·春(GI, 3200m).



 



요도에 다시 관중들이 새까맣게 운집했다. 미호노 부르봉은 부상으로 복귀가 난망이었지만,



 



관서엔 그들의 영웅이 하나 더 남아 있었다. 바로 관서 말 메지로 맥퀸



 



 



 



13.png



 



 



 



너무 강해서 역으로 인기에서 손해를 볼 정도였던 현역 최강



 



이미 천황상·春을 2년 연속 우승하고, 전대미문의 3년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날이었다.



 



 



 



 



 



 



 



관서의 말이 관서 최고의 경기장에서 전대미문의 3년 우승에 도전하는 축제의 날...



 



예시장에서 각마의 컨디션을 관찰하던 사람들은 익숙한 한 마리를 보고 기겁했다.



 



 



 



 



 



 



 



 



 





 



 





 



관동의 자객 라이스 샤워 



 



 



 



 



천황상을 노리고 메구로 기념, 닛케이 상에서 각각 2착과 우승으로 순조롭게 달려왔던



 



라이스 샤워가 가뜩이나 작은 몸이 더 홀쭉해진 채로 나타난 것. 전주 대비 -12kg인 430kg.



 



그러나 그 작은 몸에선 다른 생물이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로 날카로운 기운이 감돌았다.



 



 



 



 



이이즈카 조교사와 마토바 기수가 천황상을 앞두고



 



'맥퀸을 상대로 통상적인 조교로는 승산이 없다'라고 의견 일치,



 



다른 조련사에게 말이 망가질거란 말까지 들을 정도로



 



미호의 더트 코스에서 극한까지 몰아붙여 군더더기를 모두 깎아낸 궁극의 마체였다.



 



마토바가 '말이 아니라 맹수, 서투르게 타면 물어뜯길 것 같다'고 할정도로



 



눈에서 투지를 넘어 귀기가 서렸다고 느껴질 정도의 모습.



 



이이즈카는 그 모습에 시작도 전에 승리를 확신했다.



 



 



 



 



 



 



 





 



 





 



 



 게이트 앞에서, 작은 이변이 하나 더 있었다.



 



 



 



 



 



 



귀기서린 라이스 샤워의 모습 때문이었을까?



 



성격면으로 고생시킨적이 없던 메지로 맥퀸이 이상할 정도로 민감해져



 



게이트 진입을 거부, 들어가는데 꽤나 오랜 시간을 소요한 것.



 



해설조차 맥퀸이 이러는건 매우 드믈다며 불안을 표시했고



 



예시장에서의 그 라이스 샤워를 봤던 관중들은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주가 시작되고 선두는 도주마 메지로 파머. 메지로 맥퀸은 3~4번째.



 



그 뒤에서 맥퀸을 마크하며 라이스 샤워가 달라붙는 대형으로 레이스가 전개되었다.



 



3코너에서 맥퀸이 먼저 시동을 걸자 라이스 샤워도 추격을 시작,



 



4코너를 탈출하는 시점에 메지로 파머, 메지로 맥퀸, 라이스 샤워가 머리를 나란히 했고.......



 



 



 



 



 



 





 



 





 



 



 



 



 





 



 





 



 





 



비명이 울려퍼지는 경마장 



 



 



 



 



 



 



23.jpg



 



 



 



 



 



직선에서 라이스 샤워가 맥퀸의 저항을 뿌리치고 혼자 뻗어나가자



 



요도의 관중석에선 마권과 신문 뭉치가 고함소리와 함께 하늘로 날아올랐다.



 



작년 가을, 미호노 부르봉의 삼관을 저지했던 그 관동의 말이 또다시 관서 말의 발목을 잡아챈 것.



 



그것도 관서 지역 최고의 경마장 에서! 그것도 전대미문의 대 기록을 두번이나!



 



3200m 레코드인 3분 17초 1. 라이스 샤워는 그렇게 메지로 맥퀸의 3연패를 저지하고 두번째 GI을 획득했다.



 



골 순간 칸사이 TV의 스기모토 키요시가 외친 '관동의 자객'은 그대로 라이스 샤워의 별명으로 굳어졌다.



 



 



 



 



 



 



 



 



 



 



라이스 샤워를 너무 혹사 시킨걸 잘 알고 있던 진영은 타카라즈카 기념을 포기하고



 



장기 방목에 내보냈지만, 무리했던 반동은 그 정도로는 회복되지 않았다.



 



몸은 멀쩡했지만, 최강을 꺾기 위해 한계까지 몰아붙여진 대가일까,



 



라이스 샤워의 내면에서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장기간의 슬럼프가 시작됐다.



 



복귀전이던 올커머에서 바보 도주마로 불리던 트윈 터보에게 패배해 3착.



 



 



 



 



24.jpg



 



바보 도주마 트윈 터보



 



 



 



 



 



 



 



가을 고마 3연전 천황상·秋-재팬 컵-아리마 기념을 모두 출전했지만



 



명성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6착-14착-8착의 완패행진이었다.



 



 



 



어떻게 투지를 되살릴지 고민하던 진영은 해가 바뀌자



 



60kg의 핸디캡을 감수하고 교토 기념(GII, 2200m)에 내보냈다.



 



막연하게 관동쪽 보다는 관서쪽의 경마장이 낫지 않을까,



 



관서에서의 두번의 우승과



 



한신 개최지만 킷카상과 천황상으로 재수 좋은 교토가 이름에 붙었으니...



 



하는 식의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결정한 출전.



 



 



 



 



 



 



그런데 정말로 관서의 경기에서



 



명백한 회복세를 보이자 다시금 천황상·春을 대비해 하드 트레이닝을 했지만,



 



너무 서둘렀던 것일까, 레이스 1주를 앞두고 골절이 재발, 연패의 꿈은 스러졌다.



 



 



 



 



어릴 때의 골절과는 달리 경주 능력에 의문부호가 생길 정도의 중상.



 



나이의 문제도 있고 은퇴해 씨수말로 전업한다는 선택지도 고려되었지만



 



점점 중거리 계열로 재편되어가는 일본 경마에서 장거리밖에 실적이 없는 말은



 



씨수말로 인기를 끌 요소가 어디에도 없었다. 은퇴해도 미지수인 진로 덕에



 



울며 겨자먹기로 회복을 기다리며 장기 요양에 들어갔는데,



 



 



 



 



 



당시 느리긴 하지만 컨디션이 회복세를 타고 있다는 점에서는 다행이었지만



 



천황상·春에서 7세(현 6세) 나이로 나리타 브라이언을 이긴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그 시점에서 희소식이 하나 날아들었다. 나리타 브라이언이 고관절 부상으로 전선 이탈.



 



이길 방도가 안 보이던 상대가 사라진건 다행이었지만,



 



반대로 라이스 샤워의 주특기인 최강마를 마크하는 작전은 불가능했다.



 



무난하게 경주해서는 나이가 들어 전성기와는 다른 라이스 샤워가 이길 가능성은 없다.



 



 



 



 



 



 



경주 당일, GI 우승마가 자신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4번 인기였던 라이스 샤워.



 



넓고 큰 요도의 코스를 두바퀴째 돌며 반대편 직선에 있을때 마토바가 시동을 걸었다.



 



3200m의 장거리, 거기서 800m를 남겨두고 롱 스퍼트를 거는 승부수를 건 것.



 



골 직전에서 덜미를 잡힐 가능성이 높지만, 한줌의 가능성이 있다면 이것뿐이었다.



 



4코너를 돌고 선두로 당당히 선 라이스 샤워, 외곽에서 스테이지 챔프가 무섭게 가속해 왔다.



 



 



 



 



우려대로 골 지점에서 따라잡혀 나란히 들어왔으나......



 



 





 



 



사진 판독 결과는 10cm차의 승리.



 



 



2년전 바로 이곳 요도에서 메지로 맥퀸을 꺾은 뒤, 무려 728일만의 승리였다. GI 3승째.



 



그리고 요도의 관중들도 2년전의 그때와는 전혀 다른 반응이었다.



 



직선에서 승부수를 던질때 스기모토 키요시의 멘트



 



"맥퀸도, 부르봉도 아마 응원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관중들의 심정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었다.



 



 



 



 



 



 



26.jpg



 



드디어 관서 사람들에게 사랑 받은 라이스 샤워



 



 



 



 



 



 



강하고 화려했던 관서의 두 영웅. 그들을 저지하며 악역(heel) 취급받던 말이



 



노령에도 악전고투하며 아직도 현역으로 싸우고 있는 모습에 성원을 보내고 있었던 것.



 



사진 판정에서 승리가 확정된 순간, 라이스 샤워는 출신과 상관 없이



 



교토에서 가장 활약해 왔던 그들의 영웅(hero)이 되어 있었다.



 



어쩌면 그의 부활을 통해 이미 무대에서 사라진 두 영웅의 추억을 곱씹었는지도 모른다.



 



 



여기서 끝났다면 좋았겠지만.



 



 



 



 



 



 



2년 전과 마찬가지로 원래는 천황상 뒤에 타카라즈카 기념을 뛰지 않고 방목할 예정이었다.



 



2년 전엔 맥퀸 저격을 위해 무리했지만, 이번엔 나이 탓인지 피로 회복이 느렸다.



 



그러나 10만표를 넘는 몰표가 쏟아지며 라이스 샤워가 1위로 선출.



 



그리고 이번 타카라즈카 기념은 한신 대진재의 여파로 한신이 아닌 교토 개최.



 



중거리 상패가 없어 씨수말로의 미래가 불투명했던 라이스 샤워 진영 입장에서



 



항상 좋은 실적을 냈던 요도에서의 2200m는 꽤나 매력적인 유혹이었다.



 



거기다 참가를 결정한 후 JRA에서 씨수말 지원 제안이 도착,



 



역시 운이 따른다며 즐거워 했지만..



 



 



 



 



 



 



 



 



경주 당일의 라이스 샤워는 이전에 본적 없을정도로 패기가 없는 상태였다.



 



스타트에서부터 평소와 달리 후방으로 쳐지고, 1코너를 도는 순간 위화감을 느끼자



 



마토바는 승패는 걷어치우고 무사히 완주할 생각만 하게 되었다.



 



하지만 운명의 신은 한 바퀴를 무사히 도는것조차 허락해 주지 않았다.



 



 



4코너에 접어들기 직전 라이스 샤워가 쓰러지며 마토바가 땅바닥에 내던져졌다.



 



경주가 끝난 후 간신히 몸을 일으키는 장면이 잡혔지만 오른앞다리는 개방골절로 뼈가 살을 찢고 나온 상태.



 



회생 불능의 중상으로 판정,



 



쓰러진 현장에서 장막을 치고 안락사의 운명을 맞았다.



 



 



 



 



 



다행히 타박상으로 끝났지만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던 마토바는 별안간



 



"라이스가 죽었을 리 없다. 내가 가서 보고 온다" 며 사고 지점으로 돌아가려 했고, 



 



낙담하던 이이즈카가 단호하게 말린 끝에야 간신히 진정했다.



 



대신 수송차에 실려가던 전우의 시신을 향해 허리를 깊게 숙이며 마지막 작별 인사를 했다고.



 



 



 



 



 





 



통산 25전 6승, GI 3승.



 



관동 말이었지만 GI 승리는 전부 요도에서의 승리였다.



 



말 그대로 요도에서 꽃피고, 운명처럼 요도에서 스러진 경주마였다.



 



 



 



 



 



관동의 자객 라이스 샤워 편 끝



 



 



 



 



 



 



 



 



 



 



 



 



 



 



출처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51182520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벤트


  • 글이 없습니다.
새 글
새 댓글
포인트랭킹
회원랭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