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타임 일자리 195만개 증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정부
루비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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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3 14:24
'풀타임 일자리 195만개 증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정부
기사입력 2021-03-23 13:32 최종수정 2021-03-23 14:14
"시대 상황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한국경제신문이 21일 보도한 '문재인 정부 3년, 풀타임 일자리 195만개 증발' 기사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내놓은 답변이다.
본지는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실과의 공동 분석을 통해 2017~2020년 사이 주 40시간 이상 근무하는 풀타임(전일제) 일자리가 195만개 없어지고 주 40시간 미만 근로자는 213명 늘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같은 기간 전체 취업자가 18만명 증가했지만 단시간 근로자만 늘고 고용의 질이 나빠졌다는 뜻이다. 근로시간을 반영한 고용 지표인 '풀타임 환산 고용률(FTE 고용률)'이 현 정부 들어 급락했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나타난 건 최저임금 인상, 경기 침체 등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든 반면 세금으로 만든 재정일자리가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정부의 원인 진단은 전혀 달랐다. 고용부는 단시간 근로자가 증가하고 FTE 고용률이 떨어진 이유로 △주 53시간 초과 장시간 근로관행 개선 △인구 고령화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를 들었다. "지난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컸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를 제외하면 현 정부 이전부터 진행돼온 경제·사회적 현상이다. 이런 변화에 따라 자연스레 단시간 근로자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재정일자리 확대, 최저임금 인상 여파 등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 설명대로 장시간 근로 문화 개선이 시대적 흐름인 것은 맞다. 2010~2017년 주 54시간 이상 근로자는 139만명 감소했다. 그렇다고 이 기간 주 40시간 이상의 온전한 일자리까지 감소하진 않았다. 풀타임 근로자는 2010~2017년 198만명 늘었다. 과도한 야근이 줄어 주 54시간 이상 일하던 관행이 주 40시간대로 개선되는 경우는 많았어도, 법정근로시간인 주 40시간 아래로까지 떨어지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2017~2020년 사이엔 풀타임 근로자가 195만명이 줄었다. 코로나19 영향이 없었던 2017~2019년으로 좁혀도 감소폭은 64만명에 이른다. 주 40시간 미만 근로자도 2010~2017년 7년간 71만명 늘었지만, 2017~2019년 2년 동안만 104만명이 불어났다.
FTE 고용률도 비슷한 흐름이다. FTE 고용률은 '고용률 x 주당실제근로시간/40시간'으로 계산하며, 주 40시간 미만 근로자 비중이 늘수록 하락한다. 이 지표는 현 정부 이전부터 떨어지긴 했으나 하락폭은 완만했다. 2010~2017년 66.5%에서 65.1%로, 1.4%포인트 떨어졌다.
하지만 2018년은 63.0%로, 불과 1년 사이 2.1%포인트 급락했다. 2019년(62.0%)엔 1.0%포인트 더 떨어졌고 작년엔 58.6%까지 낮아졌다. 인구 고령화나 여성 경제활동 증가는 2000년대 초반부터 지속돼온 현상이고 최근 들어 그 추세가 특별히 빨라지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이들 요인만으로 2017~2020년 고용 악화를 설명하기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단시간 재정일자리 공급량이 2배 급증하고, 역대급 최저임금 인상으로 강제적인 근로시간 단축이 확산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더 타당하다는 것이다.
재정일자리 확대 영향은 60세 이상 FTE 고용률을 보면 명확히 드러난다. 60세 이상 일반 고용률은 2017년 39.9%에서 작년 42.4%로 뛰었다. 재정 지원 노인일자리가 급증한 영향이다. 하지만 그런 노인일자리가 대부분 주 15시간 일하는 단시간 일자리인 탓에 FTE 고용률은 2017년 38.7%에서 작년 36.7%로 하락했다.
문제 해결은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인식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정부가 문제의 본질을 계속 외면하는 한 고용 악화 해결은 요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