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행 '비트코인 환치기' 첫 미팅...왜곡된 국내 시장 해법은?

금감원·은행 '비트코인 환치기' 첫 미팅...왜곡된 국내 시장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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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과 시중은행이 이달 들어 급증한 의문의 중국행 송금 현상을 두고 머리를 맞댄다. 은행권은 배후에 비트코인 환치기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금융감독원과 시중은행이 이달 들어 급증한 의문의 중국행 송금 현상을 두고 머리를 맞댄다. 국경간 시세차익을 노린 '비트코인 환치기'로 추정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파악은 이제 막 시작됐다.  

일각에서는 정부나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현행 시스템상의 문제라는 견해도 힘을 얻고 있다. 해외 주요국 사례를 참고, 업권을 육성하는 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 은행들, 금감원에 '현장 상황' 보고 전망...기재부도 "주시는 하고 있어"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날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 5곳과 중국인 해외송금 급증 관련 회의를 연다.

이번 주 국내 거주 중국인 중심 해외송금 급증 상황 및 은행들의 비상 대응 보도가 쏟아졌던 만큼 은행 일선의 현장 상황을 점검하고 들어본다는 취지다. 금감원은 앞서 은행들의 최근 1년 4개월치 외국인(개인) 해외송금 내역을 요청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4월 들어 폭증했다고 하니 특이거래 등 거래 양태를 검토할 예정"이라며 "감독원 차원에서는 외환거래, 내부통제 등 은행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의 골칫 거리는 외국환거래법의 사각지대인 소액·분할송금이 주가 되고 있다. 외국환거래법상 연간 미화 5만달러(건당 5000달러) 이내 해외송금 시 증빙해야 하는 의무는 없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요즘 중국인들이 영업점 와서 송금을 많이 한다. 한도도 꽉꽉 채워서 한다 하니 결국 김치 프리미엄 때문 아니겠냐 의심이 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거래가 없던 중국인이 오면 잘 따져보고 아니다 싶으면 거절하는 식"이라며 "정상적인 거래일 수 있어 100% 다 막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기획재정부와 관세청, 금융위 산하 FIU(금융정보분석원) 등 관계 부처·기관에서도 동향을 일제히 주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환치기는 불법외환거래행위로 관세청에서 검사 권한이 있다. 다만 가상자산은 관련 법규상 논외의 대상이라는 설명이 뒤따르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후속 조치로 논의는 하고 있다"며 "당장 결론이 날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자금세탁 우려 때문에 외국환거래법 상 가상자산은 규정하지 않고 있다"며 "고객이 (사유를) 숨긴다면 은행도 확인하기 어렵고 그 부분을 살펴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하겠다 방안이 나온 것은 없다"고 말했다. 

■ 아비트리지 장애물은 이미 곳곳에...업계도 '보따리꾼' 추정

비트코인 상승장과 맞물려 중국행 송금 이슈가 부각되자 일각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지 않냐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보따리상'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여기서의 보따리상은 아비트리지(재정거래) 행위를 상습적으로 일삼는 전문꾼들을 지칭하는 용어다. 

예를 들면, 외국인이 중국 A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구매한 뒤 국내 B 거래소로 전송하고 이를 파는 경우가 가능하다. 반대로 한국인이 중국 A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구매한 뒤 국내 B 거래소에서 파는 경우도 가능하다. 차이는 현행 제도상 외국인이 국내 거래소에서 원화출금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차이로 시세차익 거래를 한 외국인은 자국에 돈을 보내려면 은행을 거쳐야 하는 식이다. 

거래소 업계 관계자는 "불법 요소가 없다면 아마존에서 물건 사서 국내에서 10% 마진 얹어서 파는 해외직구 느낌이다. 거액일 수록 1~2% 차이도 크기 때문에 충분히 매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유인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시세차익 매매가 예전 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비트코인 거래량이 폭증한데다 애로사항이 군데군데 설치돼 있어서다. 주요 거래소는 FDS(이상거래탐지시스템) 솔루션을 쓰고 있다. 

거래소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은 변동폭이 크다보니 시세차익을 노린 거래도 찰나의 순간에 해야 한다"며 "실명계좌 이후 외국인의 원화출금이 불가하고 거래량이 늘어 처리 속도도 느려졌고 거액의 코인이 갑작스럽게 입금되면 FDS로 걸러져 자산이 일시적으로 묶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업비트는 지난 15일 자금세탁 등 행위 예방과 피해 방지를 위한 '첫 디지털 자산 입금 시 72시간 원화 출금지연 제도'를 오는 19일부터 적용한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이상거래 적발 외에도 사전 예방을 위한 추가적인 장애물이 도입된 셈이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코인베이스 나스닥 상장을 축하하며 샴페인을 터뜨리는 직원들의 모습. (사진=UPI·연합뉴스)
■ 모든 것은 '김치 프리미엄'으로부터...전문가 "현실적 해법 없어"

업계와 대다수 시장 참여자는 '김치 프리미엄'에 주목하고 있다. 김치 프리미엄은 국내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높은 국내 특유의 현상이다. 주로 상승장에서 국내 수요가 코인 투자 열풍이 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만약 시장에서 재정거래가 충분하다면 해외 거래소와 국내 거래소 간 시세 차이도 자연스럽게 좁혀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대로 현재와 같이 국내 시장에만 10% 이상 김치 프리미엄이 존재한다는 것은 이런 식의 거래가 자정을 끌어낼 만큼 충분치 못하다는 논리다. 

이런 배경에는 가상자산-원화 거래는 우리나라에만 많고, 외국 거래소는 원화가 아닌 달러나 유로, 스테이블코인 등이 주가 되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특임교수는 "바이낸스에 원화가 있으면 사람들이 바이낸스에서 원화로 비트코인을 사서 한국에서 팔면 원화가 잔뜩 생기니까 그걸 가지고 바이낸스에 가서 사고 한국으로 가지고 오고 반복하면 김치 프리미엄은 결국 사라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왜곡돼 있는 시장을 풀으려면 가상자산-KRW로 거래할 수 있는 거래소가 많아야 한다"며 "중국으로 돈이 빠져나가는 문제는 정부가 잘 막아야 하지만 그 이상 나선다고 해서 될 일은 아니다. 오히려 소비자 보호 등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 코인베이스 미국 나스닥 안착...전문가 "정부 철학, 국회 입법 필요" 

주요국에선 가상자산이 금융상품이 되는 등 갖가지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유럽과 캐나다에서는 비트코인 ETF(상장지수펀드)가 이미 상장됐고,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도 신청된 ETF의 승인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 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 시총 858억달러(96조원) 몸값을 인정 받았다. 같은 날 블룸버그는 "그들은 종합 금융 서비스 회사를 만들어낼 것"이라며 "골드만 삭스나 모건 스탠리의 암호화된 버전처럼"이라고 말한 한 소식통의 주장을 보도했다. 

국익과 미래 산업육성 차원에서 해외 사례를 참고하는 정부의 명확한 철학에 대한 고민, 국회 차원의 입법 노력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해외 주요국의 ETF 승인은 금융자산으로 인정을 해줬다는 의미다. 반면 우리나라 정부는 입장은 정하지 못하고 세금만 매기는 논리다. 스탠스를 확실히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 교수는 "미국 등 다른 국가에서는 블록체인 기본법 등 새로 마련된 제도가 많다. 시장이 커지면서 업권법과 같은 큰 테두리가 필요한 상황이 됐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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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화이트페이퍼(http://www.whitepap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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