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 난제 앞둔 김형섭 코인빗 대표가 본 가상화폐 전망

‘특금법’ 난제 앞둔 김형섭 코인빗 대표가 본 가상화폐 전망

최고관리자 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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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요즘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표정은 복잡하다. 일단 비트코인이 8000만원에 도달하는 시대가 왔다. 그리고 고인 물이 가득 찼던 코인 시장에 신규 투자자들이 새롭게 진입하고 있다는 건 희소식이다. 그렇다고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특금법(특정금융정보법)’이라는 난제를 풀어야 한다. 지난 3월 25일 시행된 특금법은 암호화폐를 다루는 사업자들에 은행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를 계약하고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도록 의무화했다. 기존 사업자에 대해서는 신고 의무 유예기간이 주어져 9월 24일까지 이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기한 내 마무리하지 못한 거래소는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많다.
   
   암호화폐 커뮤니티에는 ‘코인빗(Coinbit)’이 왜 아직까지 ISMS 인증을 받지 못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2018년 등장한 코인빗은 흔히 말하는 ‘듣보잡’ 거래소가 아니다. 암호화폐 시황을 알려주는 코인마켓캡(Coinmarketcap)에 따르면 4월 13일 기준 일일 거래금액 규모 국내 1위는 업비트로 12조5800억원에 달한다. 빗썸이 약 2조6000억원으로 2위, 코인빗은 1조7000억원으로 3위이다. 웹 트래픽, 평균 유동성 등을 기반으로 매긴 종합 순위에서도 코인빗은 국내에서 여섯 번째 자리에 있는 거래소다.
   
   지난 3월 26일 코인빗은 새로운 대표를 선임했다.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김형섭(47) 대표가 새로 코인빗의 수장이 됐다. 그의 경력 중 눈에 띄는 대목은 UN 활동이다. 반기문 UN 사무총장 재직 시절 세계시민교육을 실행하는 UN 아카데믹 임팩트(ACADEMIC IMPACT)를 기획했고 UN 세계식량계획(WFP)의 혁신본부 어드바이저로 활동했다. 코인 시장이 활활 타오르는 이때 새롭게 거래소의 수장이 된 사람의 생각이 궁금했다. 지난 4월 12일 만난 자리에서 김 대표에게 왜 아직까지 코인빗이 ISMS 인증을 받지 못했는지 물었다. 그 역시 투자자들의 우려를 알고 있었다. 그는 “4월 안에 인증이 나온다”고 답했다.
   
   
   “구글도 마술처럼 튀어나온 게 아니다”
   
   그는 암호화폐와 인연이 깊다. 스스로 “2017년 비트코인이 2000만~3000만원에 도달했을 때가 돼서야 트렌드를 읽었으니 좀 늦게 본 편이다”라고 말했지만 2018년 암호화폐의 ‘암’과 블록체인의 ‘블’을 딴 ‘암블’이라는 거래소를 직접 운영하려고 했던 전력이 있다.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 거래소 폐쇄 발언을 한 뒤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했던 때와 맞물려 잘 풀리지 않았지만 4000명 규모의 블록체인 콘퍼런스를 직접 유치하면서 이 바닥과 점점 인연을 맺어갔다.
   
   2018년부터 암호화폐 시장은 오랜 침체기를 겪었다. 반대로 그는 해외로 나가 두 눈으로 암호화폐의 여러 면모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하버드대 후배이기도 한 윙클보스 형제(페이스북의 초창기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쌍둥이)가 뉴욕 한복판에서 140명이 넘는 직원들을 데리고 운영하는 ‘제미니 거래소’도 가봤고 영국에서는 비트코인을 살 수 있는 자판기도 봤다. 이게 사진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게 정말 느낌이 다르다. 이런 시그널들이 축적되면서 이렇게 새로운 시대가 오는구나 싶었다.”
   
   암호화폐는 지금 활황이다. 큰 수익을 원하는 20~30대는 변동성이 큰 코인을 투자의 중요한 축으로 삼고 있다. 과거 허풍이라고 평가했던 ‘비트코인 1억원’ 주장은 이미 8000만원대를 돌파하면서 현실이 돼 가고 있는 중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도 여전히 “비트코인은 거품”이라는 비관론과 “3년 전과는 다르다”는 옹호론이 팽팽하게 맞선다. “더 오를 것이라고 보는지”를 물을 때 김 대표는 대답을 피했다. ‘가격’에 관한 질문에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아무래도 자신이 거래소 대표라는 점이 걸렸던 모양이다.
   
   다만 거품론에 대해서는 고개를 저었다. 여전히 암호화폐 시장의 환경이 설익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우리 사회에서 암호화폐가 본격화된 건 2017년부터라고 본다. 이제 3~4년 정도 지났다. 지금의 네이버나 구글도 수많은 ‘시체’가 나오면서 그 시체를 디디고 등장했지 갑자기 마술처럼 나온 게 아니다. 암호화폐 역시 그런 시체가 더 많이 나와야 하며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암호화폐가 실물자산 구입에 활용될 거라고 강하게 믿는다. 김 대표는 최근 테슬라 한국지사장과 가진 미팅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테슬라를 비트코인으로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 건 비트코인의 현실화를 지원한 완벽한 워딩이라고 본다. “테슬라 한국지사장한테 그랬다. 언젠가 테슬라를 한국에서도 비트코인으로 살 수 있을 거니까 그때 우리 거래소와 제휴를 할 수 있도록 잘 부탁한다고.”
   
   특금법이 등장하면서 거래소는 저마다 요구 조건을 채우느라 지금도 부산하다. 생존을 가르는 문제다. 특금법이라는 규제를 통해 정부는 암호화폐 시장의 불신을 덜어내려고 한다. 김 대표는 “거래소 입장에서도 특금법으로 시장이 건강해질 수 있다고 본다. 과거에는 거래소 상장이 쉽다 보니 스캠 코인도 들어오는가 하면 동시에 정말 성장 가능성 높은 코인도 들어올 수 있었다. 특금법이 나오고 정부가 세세하게 관여할 수 있게 됐으니 앞으로는 시장 상황이 나아질 거라고 본다. 하지만 우리가 ‘법 만들고 규제하면서 같이하자’고 진작 건의했을 때 정부가 의견을 들어줬다면 코인 시장에서 피해를 본 사람이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특금법에 따라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려는 사업자는 ISMS를 먼저 인증해야 하고 그 뒤 실명 계좌까지 받아야 한다. ISMS 인증을 받은 곳은 현재 15곳, 실명 계좌까지 보유해 조건을 모두 맞춘 곳은 법 시행 이전부터 은행과 제휴를 맺은 업비트(케이뱅크), 빗썸(NH농협은행), 코인원(NH농협은행), 코빗(신한은행) 등 4곳에 불과하다. 만약 이대로 9월까지 지나게 되면 문을 닫는 곳이 수없이 생기게 되고 거래소 고객들의 계좌와 자산을 둘러싼 일대 혼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
   
   
   “네 곳만 특혜 주고 나머지는 죽이는 구조”
   
   김 대표는 코인베이스(Coinbase)가 상장하는 게 중요한 모멘텀이 될 거라고 봤다. 미국 1위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나스닥에 4월 14일 직상장하며 제도권에 똬리를 틀었다. 나스닥이 책정한 준거가격 기준으로 평가받은 기업가치만 약 73조원에 달한다. “만약 코인베이스가 상장하게 되면 한국 정부가 이 4개 거래소만 살려둘지 아니면 더 펼쳐놓고 자생하게 만들지 고민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 시스템은 4곳의 거래소에 특혜를 주고 나머지는 모두 죽이는 구조다. 일본만 해도 16개 거래소가 허가를 받아 운영하면서 수수료 인하 등 혜택을 내세워 서로 경쟁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코인빗에 합류한 지 아직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김 대표는 “코인빗에 와서 보니 단기간에 급성장을 한 탓인지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더 좋은 거래소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현재 갖고 있는 리스크를 먼저 해소해 환골탈태한 뒤 코인빗에 가치를 더하는 일을 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에서만의 거래소가 아니라 해외로 뻗어가는 거래소로 만든다는 게 내게는 굉장히 명분이 있고 의미 있는 일이다. 코인베이스처럼 나스닥에 상장하는 것도 그려볼 수 있다. 내가 가진 인맥을 여기에 쓰라고 그동안 모았나 싶다. 더 건강한 글로벌 거래소로 만들어 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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