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1000명은 되고, 골목식당 5명은 왜 안됩니까”
루비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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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9 11:42
“백화점 1000명은 되고, 골목식당 5명은 왜 안됩니까”
기사입력 2021-03-09 03:01 최종수정 2021-03-09 03:52
거리두기에 생존위기 자영업자들, 방역 차별에 부글부글
7일 서울 영등포구 ‘더 현대 서울’ 백화점에 있는 카페가 붐비고 있다. 음료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손님들로 꽉 찼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민들도 있었다. /고운호 기자
지난 6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더 현대 서울’ 백화점. 출입구마다 100m가량 줄 지었던 손님 수백 명이 개장과 동시에 입장해 일제히 에스컬레이터로 향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1m 거리 두기’ 문구가 앞뒤로 적힌 파란 어깨띠를 한 직원이 “세 칸씩 띄어서 서 주세요”라고 외쳤지만, 손님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10㎝도 안 될 만큼 다닥다닥 붙은 채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탔다. 다중 이용 시설인 백화점은 인원 제한도, 입장 때 QR코드 확인 의무도 없다. 현 방역 지침에 따르면 ‘마스크 착용, 환기·소독 의무화’가 전부다.
낮 12시, 백화점 지하 1층 식당가는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한 음식점 내부는 40석이 모두 찼고, 매장 밖에도 60여 명이 입장 순서를 기다리며 줄 지어 서 있었다. 주문한 음식을 받아다 공용 식사 공간에서 먹는 ‘푸드트럭’ 코너도 마스크를 벗고 음식을 받아오는 사람, 대기하는 사람 100여 명이 한데 엉겨 있었다.
이날 저녁 6시쯤 이 백화점에서 600m쯤 떨어진 한 마라탕 전문점은 테이블 19개 중 4개만 차 있었다. 주인 김모(49)씨는 “계속 주말에 문을 닫다가, 새 백화점이 생겨서 주말에 사람 많다는 소리를 듣고 이번 주 처음 문을 열었는데 종일 10여 테이블 받은 게 전부”라고 했다. 인근의 유명 프랜차이즈 한우 집도 전체 테이블 25개 가운데 한 테이블에만 손님이 앉아 있었다. 직원 박모(36)씨는 “근처 기업들의 회식 모임 매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5인 이상 금지 때문에 회식이 완전히 끊겼다”고 했다.
백화점에서 600m 떨어진 한 치킨 집 주인 김모(54)씨는 “지난달 보건소에서 방역 점검을 나와서 ‘환기 1시간마다 하느냐’ ‘아침저녁 소독하느냐’ 등을 30분 이상 묻다가, ‘방역 담당 직원을 따로 한 명 두라’고 하더라”며 “임차료 내기도 어려워 혼자 일하는데 사람을 더 뽑으라니 너무 분했다”고 했다. 김씨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백화점엔 1000명이 바글거려도 되고 자영업자가 하는 식당엔 5명도 안 되는 이런 방역 지침이 어디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소상공인들은 정부가 자영업자 부담을 덜어주자고 내놓은 ‘사회적 거리 두기 개편안’을 두고도 “아예 장사하지 말라는 소리”라며 반발하고 있다. 새 개편안은 거리 두기를 5단계에서 4단계로 축소하고, 현재 적용 중인 2단계의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를 9인 이상으로 완화했다. 대신 식당·카페 등 매장의 ‘면적당 이용 인원 제한’을 강화했다. 현재는 가장 높은 3단계가 돼야 면적당 인원 제한(8㎡당 1명)이 적용된다. 새 개편안은 가장 낮은 거리 두기 1단계부터 ‘시설 면적 6㎡당 1명’, 2단계 이상에는 ‘8㎡당 1명’의 제한을 둔다. 예를 들어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화로구이 집은 104.6㎡(약 32평) 매장에 종전엔 4인 테이블 22개를 꽉 채워 88명을 받을 수 있었지만 새 지침에선 저녁 한창 때도 최다 13명만 받을 수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곱창 집을 운영하는 이모(59)씨는 “82.5㎡(25평) 매장에 테이블 9개로 장사하는데 그나마 36명까지 받을 수 있던 손님을 이젠 두세 테이블에 10명까지밖에 받지 말라는 것”이라며 “도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온 대책인지 궁금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종로구에서 66㎡(약 20평) 카페를 운영하는 조모(55)씨도 “수용 인원 32명이 8명으로 줄어들게 생겼는데, 자영업자들이 얼마나 더 적자를 감수해야 하느냐”고 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도 “매장 영업에 대한 사형선고” “다 같이 담합해서 가격 3배 올려버리자” 등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의견 수렴을 거쳐 이달 중 최종 개편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소상공인의 생존 환경과 능력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개편안”이라고 했다. 남윤형 중소기업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면적당 인원 제한에 큰 타격을 받는 자영업자들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7일 서울 영등포구 ‘더 현대 서울’ 백화점에 있는 카페가 붐비고 있다. 음료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손님들로 꽉 찼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민들도 있었다. /고운호 기자
지난 6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더 현대 서울’ 백화점. 출입구마다 100m가량 줄 지었던 손님 수백 명이 개장과 동시에 입장해 일제히 에스컬레이터로 향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1m 거리 두기’ 문구가 앞뒤로 적힌 파란 어깨띠를 한 직원이 “세 칸씩 띄어서 서 주세요”라고 외쳤지만, 손님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10㎝도 안 될 만큼 다닥다닥 붙은 채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탔다. 다중 이용 시설인 백화점은 인원 제한도, 입장 때 QR코드 확인 의무도 없다. 현 방역 지침에 따르면 ‘마스크 착용, 환기·소독 의무화’가 전부다.
낮 12시, 백화점 지하 1층 식당가는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한 음식점 내부는 40석이 모두 찼고, 매장 밖에도 60여 명이 입장 순서를 기다리며 줄 지어 서 있었다. 주문한 음식을 받아다 공용 식사 공간에서 먹는 ‘푸드트럭’ 코너도 마스크를 벗고 음식을 받아오는 사람, 대기하는 사람 100여 명이 한데 엉겨 있었다.
”5인은 안 되는데, 1000명은 되나”
이날 저녁 6시쯤 이 백화점에서 600m쯤 떨어진 한 마라탕 전문점은 테이블 19개 중 4개만 차 있었다. 주인 김모(49)씨는 “계속 주말에 문을 닫다가, 새 백화점이 생겨서 주말에 사람 많다는 소리를 듣고 이번 주 처음 문을 열었는데 종일 10여 테이블 받은 게 전부”라고 했다. 인근의 유명 프랜차이즈 한우 집도 전체 테이블 25개 가운데 한 테이블에만 손님이 앉아 있었다. 직원 박모(36)씨는 “근처 기업들의 회식 모임 매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5인 이상 금지 때문에 회식이 완전히 끊겼다”고 했다.
백화점에서 600m 떨어진 한 치킨 집 주인 김모(54)씨는 “지난달 보건소에서 방역 점검을 나와서 ‘환기 1시간마다 하느냐’ ‘아침저녁 소독하느냐’ 등을 30분 이상 묻다가, ‘방역 담당 직원을 따로 한 명 두라’고 하더라”며 “임차료 내기도 어려워 혼자 일하는데 사람을 더 뽑으라니 너무 분했다”고 했다. 김씨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백화점엔 1000명이 바글거려도 되고 자영업자가 하는 식당엔 5명도 안 되는 이런 방역 지침이 어디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면적당 인원 제한, 장사 말라는 소리”
소상공인들은 정부가 자영업자 부담을 덜어주자고 내놓은 ‘사회적 거리 두기 개편안’을 두고도 “아예 장사하지 말라는 소리”라며 반발하고 있다. 새 개편안은 거리 두기를 5단계에서 4단계로 축소하고, 현재 적용 중인 2단계의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를 9인 이상으로 완화했다. 대신 식당·카페 등 매장의 ‘면적당 이용 인원 제한’을 강화했다. 현재는 가장 높은 3단계가 돼야 면적당 인원 제한(8㎡당 1명)이 적용된다. 새 개편안은 가장 낮은 거리 두기 1단계부터 ‘시설 면적 6㎡당 1명’, 2단계 이상에는 ‘8㎡당 1명’의 제한을 둔다. 예를 들어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화로구이 집은 104.6㎡(약 32평) 매장에 종전엔 4인 테이블 22개를 꽉 채워 88명을 받을 수 있었지만 새 지침에선 저녁 한창 때도 최다 13명만 받을 수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곱창 집을 운영하는 이모(59)씨는 “82.5㎡(25평) 매장에 테이블 9개로 장사하는데 그나마 36명까지 받을 수 있던 손님을 이젠 두세 테이블에 10명까지밖에 받지 말라는 것”이라며 “도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온 대책인지 궁금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종로구에서 66㎡(약 20평) 카페를 운영하는 조모(55)씨도 “수용 인원 32명이 8명으로 줄어들게 생겼는데, 자영업자들이 얼마나 더 적자를 감수해야 하느냐”고 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도 “매장 영업에 대한 사형선고” “다 같이 담합해서 가격 3배 올려버리자” 등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의견 수렴을 거쳐 이달 중 최종 개편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소상공인의 생존 환경과 능력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개편안”이라고 했다. 남윤형 중소기업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면적당 인원 제한에 큰 타격을 받는 자영업자들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