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10명 중 7명은 코로나 항체 있다? 방역·백신 무용론의 진실
루비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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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09 12:08
한국인 10명 중 7명은 코로나 항체 있다? 방역·백신 무용론의 진실
기사입력 2021-02-09 11:01
[배준용 기자의 ‘코로나톡']
“코로나 안걸린 사람도 이미 면역 세포 있다” 서울대 연구 결과 두고 논란
일각서 “방역, 백신 무용하다는 뜻” 주장
연구팀·전문가들 “과도한 해석…방역·백신 여전히 중요“
최근 서울대병원과 서울대학교가 코로나 항체를 연구해 발표한 한 논문이 전문가는 물론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서울대병원(감염내과 오명돈·박완범)과 서울대학교(생화학교실 김상일·정준호, 전기정보공학부 노진성 권성훈) 공동 연구팀 국내 코로나 환자 17명을 분석한 결과 13명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동일한 중화항체를 형성했다고 합니다. 놀라운 건 연구팀이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기 전 일반인 10명의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이 중 6명은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는데도 환자들과 동일한 면역세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는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사람 중 상당수는 코로나에 대항하는 항체를 만들 수 있는 면역세포를 이미 가지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죠. 다시 말해 “코로나 환자 뿐 아니라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일반인 상당수가 이미 코로나19에 대항할 수 있는 면역세포와 항체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픽사베이
이 연구 결과에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충격적인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보통 인간의 몸은 새로운 바이러스가 침입할 경우 이에 적합한 항체를 만들어내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그런데 이번 연구 결과는 상당수의 사람이 코로나19에 대항할 면역세포를 코로나가 등장하기도 전에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 있게 되죠. 어쩌면 코로나19와 유사한 코로나 바이러스를 우리도 모르는 새 겪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 게 합니다.
여러 추론과 해석이 가미되면서 일각에서는 “사실 코로나 방역이나 백신도 필요없는 게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옵니다. 일반인 상당수가 이미 코로나에 대항하는 면역세포와 항체를 갖고 있다면, 코로나에 걸릴 위험도 낮고 걸려도 충분히 회복될 수 있으니 방역과 백신도 별 필요가 없는 게 아니냐는 주장입니다.
“유럽과 북미에 비해 아시아에 확진자 수가 적은 이유가 밝혀진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한국인 60~70% 가 코로나에 대항하는 항체를 형성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면, 방역과 백신보다는 이 면역세포가 우리나라와 아시아권 확진자 수를 줄이는 데 더 큰 영향을 준 게 아니냐는 추정이죠. “이미 집단면역을 갖춘 게 아니냐”는 겁니다. 더 나아가 ‘아시아권 사람들이 앞서 사스(SARS)나 메르스(MERS)를 겪으면서 코로나에 대항하는 항체를 자연스레 갖게 된 게 아니냐'는 추정도 나옵니다.
정말 그런 걸까요? 이번 연구를 주도한 전문가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앞선 추정과 해석들은 “너무 멀리 나간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지적입니다.
일단 이번 연구는 한국인에 국한된 연구가 아닙니다. 연구팀이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던 코로나 환자 17명을 분석한 건 맞습니다. 이 중 13명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동일한 중화항체를 생성하는 면역세포를 갖고 있었다고 하고요. 그래서 연구팀이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기 전 미국에서 수집된 미국인 10명의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이 환자들과 동일한 면역세포를 가진 사람이 6명 나왔다고 합니다.
논문 공동 저자인 정준호 서울대 생화학교실 교수는 “단순 수치로 보면 한국인 환자 중 약 70% 이상, 미국인 10명 중에서는 60%에서 코로나에 대항하는 항체를 만드는 동일한 면역세포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라며 “인종·지역별로 차이가 있다고 말하기 어렵고, 인류 중 상당수가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에 이미 코로나에 대항할 수 있는 면역세포를 가지고 있었다는 추정을 조심스럽게 해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인이나 아시아인뿐 아니라 유럽과 북미 등 전 세계 인류에서 이런 면역세포가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요.
어쨌든 인류 중 적지 않은 수가 코로나에 대항하는 항체와 면역세포가 있다고 추정한다면, 방역이나 백신은 꼭 필요하지 않은 건 아닐까요? 하지만 연구팀은 물론 다른 전문가들도 “그렇게 봐선 안된다. 매우 위험한 추정”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일단 연구의 대상이 너무 적습니다. 국내 코로나 환자 17명, 미국의 일반인 10명 총 27명의 데이터를 일반화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것이지요. 정 교수도 “이번 연구의 대상이 너무 적기 때문에 특정 나라나 인종에 코로나에 대항하는 항체나 면역세포가 더 많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더 중요한 사실은 항체나 면역세포가 있다고 해서, 항체를 만들 수 있다고 해서 인체가 반드시 코로나를 이겨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코로나에 걸리지 않으려면, 항체가 방어력(면역력)을 형성할 정도로 ‘충분히’ 있어야 합니다. 항체가 있더라도 그 양이 부족하다면, 코로나 감염을 막을 수 없거나 감염된 환자의 병세가 더 악화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죠.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코로나에 감염이 되거나 백신을 맞아야 항체가 생길 수 있다. 또 중화항체가 충분해야 감염에 대한 방어력이 형성된다”며 “단순히 항체가 있다고 해서 면역력이 있다고 볼 수 없고, 그래서 백신이나 방역이 필요 없다고 보는 것도 과도한 해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럼 항체가 얼마나 있어야 코로나에 대한 면역력을 갖췄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답은 “지금은 아무도 모른다”입니다. 마 부회장은 “코로나가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항체가 있어야 방어력이 형성되는 지에 대한 기준이 없고 표준검사방법도 없는 상황이다. 시간이 지나고 연구가 충분히 되어야 알 수 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현재로선 개발된 코로나 백신들이 임상을 통해 ‘최소한 단기간에 항체를 충분히 형성해 코로나 감염을 막아준다’는 게 입증된 정도”라고 합니다. 아무튼 백신을 꼭 맞아야 하고, 맞아야만 방어력(면역력)을 갖출 수 있다는 거죠.
마 부회장은 “면역세포가 환자들에서 발견되었다면, 환자들은 쉽게 항체를 만들 수 있어 증상이 없거나 가벼워야 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맞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정준호 교수는 “이번 연구에 참가한 환자 17명이 완쾌됐는지, 증상이 악화됐는지는 따로 추적해보지 못했다”며 “이번 연구결과를 방역 무용론, 백신 무용론에 가져다 쓰는 건 섣부르다”고 말했습니다. 유럽과 북미, 아시아권 등에서 코로나 확진자 수나 사망자 수의 차이가 크게 나는 건 항체 유무로 갈리는 게 아니라 방역과 의료체계의 수준, 방역에 대한 시민의 참여도 등에 따라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마 부회장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중 6명에게도 항체가 있다고 하는데, 이걸로 면역이 확보된다고 가정하면 미국에서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오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며 “항체가 있다고 감염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 건 오류”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코로나19에 대항하는 항체, 어디서 온거니?
그럼에도 많은 전문가들이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신기해하고 궁금해 하는 점 중 하나는 “대체 코로나19에 대항하는 항체와 면역세포가 언제, 어떤 병을 겪으면서 형성됐느냐”는 것입니다. 그래서 “코로나19와 유사한 사스(SARS)나 메르스(MERS)를 겪으면서 코로나에 대항하는 항체도 만들 수 있게 된 거 아니냐”는 추론도 나온 것이죠. 즉 ‘교차 면역’이 아니냐는 가설입니다.
이에 대해 정준호 교수는 “이번에 발견한 코로나19 항체를 사스 바이러스나 메르스 바이러스에 대봤지만 반응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즉 이번에 발견한 코로나 항체와 면역세포는 사스나 메르스를 겪으면서 형성된 것은 분명 아니라는 것이죠.
그럼 대체 어떤 바이러스와 부딪히면서 코로나에 맞서는 항체와 면역세포가 만들어진 걸까요? 정 교수는 “우리도 지금으로선 모른다”고 했습니다. 정 교수는 “어떤 바이러스, 인플루엔자로 인해 이 면역세포가 형성됐을 가능성이 있고, 우리도 모르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통해 형성됐을 가능성 등이 있지만 현재로선 다 추론일 뿐”이라며 “추가적인 연구를 해봐야 알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연구팀 “사스·메르스에 비해 코로나19의 치명률 낮은 이유일수도...”
정 교수는 “다만 이번 연구 결과의 중요한 함의는 코로나19가 사스, 메르스와 유사한 코로나 바이러스임에도 치명률은 상대적으로 아주 낮은 이유를 설명할 유력 후보를 찾았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까지 전 세계 코로나 치명률(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은 2% 내외입니다. 전 세계에서 수많은 코로나 사망자가 발생하는 비참한 상황인 건 분명하지만, 20~30%대의 치명률을 보인 사스나 메르스에 비해서는 치명률이 10배 이상 낮은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로 인류 중 상당수가 코로나에 대항하는 항체를 만들 능력을 이미 갖고 있기 때문에 치명률이 낮은 게 아닌가 하는 추론을 해볼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연구팀과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결과가 확대 해석되는 건 위험하다”고 거듭 당부했습니다. 사스와 메르스보다 치명률이 낮지만, 코로나19는 전파력이 매우 강하고 60세 이상 고령층에 대해서는 20% 넘는 높은 치명률을 보이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지요. 자칫 이번 연구결과에 방역이나 백신이 무용하다는 잘못된 해석이 덧붙여질 경우 불필요한 갈등과 혼란, 인명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와 연구팀의 우려입니다.
“코로나 안걸린 사람도 이미 면역 세포 있다” 서울대 연구 결과 두고 논란
일각서 “방역, 백신 무용하다는 뜻” 주장
연구팀·전문가들 “과도한 해석…방역·백신 여전히 중요“
최근 서울대병원과 서울대학교가 코로나 항체를 연구해 발표한 한 논문이 전문가는 물론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서울대병원(감염내과 오명돈·박완범)과 서울대학교(생화학교실 김상일·정준호, 전기정보공학부 노진성 권성훈) 공동 연구팀 국내 코로나 환자 17명을 분석한 결과 13명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동일한 중화항체를 형성했다고 합니다. 놀라운 건 연구팀이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기 전 일반인 10명의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이 중 6명은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는데도 환자들과 동일한 면역세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는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사람 중 상당수는 코로나에 대항하는 항체를 만들 수 있는 면역세포를 이미 가지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죠. 다시 말해 “코로나 환자 뿐 아니라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일반인 상당수가 이미 코로나19에 대항할 수 있는 면역세포와 항체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픽사베이
이 연구 결과에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충격적인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보통 인간의 몸은 새로운 바이러스가 침입할 경우 이에 적합한 항체를 만들어내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그런데 이번 연구 결과는 상당수의 사람이 코로나19에 대항할 면역세포를 코로나가 등장하기도 전에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 있게 되죠. 어쩌면 코로나19와 유사한 코로나 바이러스를 우리도 모르는 새 겪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 게 합니다.
여러 추론과 해석이 가미되면서 일각에서는 “사실 코로나 방역이나 백신도 필요없는 게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옵니다. 일반인 상당수가 이미 코로나에 대항하는 면역세포와 항체를 갖고 있다면, 코로나에 걸릴 위험도 낮고 걸려도 충분히 회복될 수 있으니 방역과 백신도 별 필요가 없는 게 아니냐는 주장입니다.
“유럽과 북미에 비해 아시아에 확진자 수가 적은 이유가 밝혀진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한국인 60~70% 가 코로나에 대항하는 항체를 형성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면, 방역과 백신보다는 이 면역세포가 우리나라와 아시아권 확진자 수를 줄이는 데 더 큰 영향을 준 게 아니냐는 추정이죠. “이미 집단면역을 갖춘 게 아니냐”는 겁니다. 더 나아가 ‘아시아권 사람들이 앞서 사스(SARS)나 메르스(MERS)를 겪으면서 코로나에 대항하는 항체를 자연스레 갖게 된 게 아니냐'는 추정도 나옵니다.
정말 그런 걸까요? 이번 연구를 주도한 전문가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연구팀 “방역·백신 필요 없다는 건 과도한 해석”
결론부터 말하자면 앞선 추정과 해석들은 “너무 멀리 나간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지적입니다.
일단 이번 연구는 한국인에 국한된 연구가 아닙니다. 연구팀이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던 코로나 환자 17명을 분석한 건 맞습니다. 이 중 13명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동일한 중화항체를 생성하는 면역세포를 갖고 있었다고 하고요. 그래서 연구팀이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기 전 미국에서 수집된 미국인 10명의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이 환자들과 동일한 면역세포를 가진 사람이 6명 나왔다고 합니다.
논문 공동 저자인 정준호 서울대 생화학교실 교수는 “단순 수치로 보면 한국인 환자 중 약 70% 이상, 미국인 10명 중에서는 60%에서 코로나에 대항하는 항체를 만드는 동일한 면역세포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라며 “인종·지역별로 차이가 있다고 말하기 어렵고, 인류 중 상당수가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에 이미 코로나에 대항할 수 있는 면역세포를 가지고 있었다는 추정을 조심스럽게 해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인이나 아시아인뿐 아니라 유럽과 북미 등 전 세계 인류에서 이런 면역세포가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요.
어쨌든 인류 중 적지 않은 수가 코로나에 대항하는 항체와 면역세포가 있다고 추정한다면, 방역이나 백신은 꼭 필요하지 않은 건 아닐까요? 하지만 연구팀은 물론 다른 전문가들도 “그렇게 봐선 안된다. 매우 위험한 추정”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일단 연구의 대상이 너무 적습니다. 국내 코로나 환자 17명, 미국의 일반인 10명 총 27명의 데이터를 일반화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것이지요. 정 교수도 “이번 연구의 대상이 너무 적기 때문에 특정 나라나 인종에 코로나에 대항하는 항체나 면역세포가 더 많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 “항체가 ‘충분히’ 있어야 면역력 갖춘 것”
더 중요한 사실은 항체나 면역세포가 있다고 해서, 항체를 만들 수 있다고 해서 인체가 반드시 코로나를 이겨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코로나에 걸리지 않으려면, 항체가 방어력(면역력)을 형성할 정도로 ‘충분히’ 있어야 합니다. 항체가 있더라도 그 양이 부족하다면, 코로나 감염을 막을 수 없거나 감염된 환자의 병세가 더 악화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죠.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코로나에 감염이 되거나 백신을 맞아야 항체가 생길 수 있다. 또 중화항체가 충분해야 감염에 대한 방어력이 형성된다”며 “단순히 항체가 있다고 해서 면역력이 있다고 볼 수 없고, 그래서 백신이나 방역이 필요 없다고 보는 것도 과도한 해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럼 항체가 얼마나 있어야 코로나에 대한 면역력을 갖췄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답은 “지금은 아무도 모른다”입니다. 마 부회장은 “코로나가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항체가 있어야 방어력이 형성되는 지에 대한 기준이 없고 표준검사방법도 없는 상황이다. 시간이 지나고 연구가 충분히 되어야 알 수 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현재로선 개발된 코로나 백신들이 임상을 통해 ‘최소한 단기간에 항체를 충분히 형성해 코로나 감염을 막아준다’는 게 입증된 정도”라고 합니다. 아무튼 백신을 꼭 맞아야 하고, 맞아야만 방어력(면역력)을 갖출 수 있다는 거죠.
마 부회장은 “면역세포가 환자들에서 발견되었다면, 환자들은 쉽게 항체를 만들 수 있어 증상이 없거나 가벼워야 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맞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정준호 교수는 “이번 연구에 참가한 환자 17명이 완쾌됐는지, 증상이 악화됐는지는 따로 추적해보지 못했다”며 “이번 연구결과를 방역 무용론, 백신 무용론에 가져다 쓰는 건 섣부르다”고 말했습니다. 유럽과 북미, 아시아권 등에서 코로나 확진자 수나 사망자 수의 차이가 크게 나는 건 항체 유무로 갈리는 게 아니라 방역과 의료체계의 수준, 방역에 대한 시민의 참여도 등에 따라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마 부회장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중 6명에게도 항체가 있다고 하는데, 이걸로 면역이 확보된다고 가정하면 미국에서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오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며 “항체가 있다고 감염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 건 오류”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코로나19에 대항하는 항체, 어디서 온거니?
그럼에도 많은 전문가들이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신기해하고 궁금해 하는 점 중 하나는 “대체 코로나19에 대항하는 항체와 면역세포가 언제, 어떤 병을 겪으면서 형성됐느냐”는 것입니다. 그래서 “코로나19와 유사한 사스(SARS)나 메르스(MERS)를 겪으면서 코로나에 대항하는 항체도 만들 수 있게 된 거 아니냐”는 추론도 나온 것이죠. 즉 ‘교차 면역’이 아니냐는 가설입니다.
이에 대해 정준호 교수는 “이번에 발견한 코로나19 항체를 사스 바이러스나 메르스 바이러스에 대봤지만 반응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즉 이번에 발견한 코로나 항체와 면역세포는 사스나 메르스를 겪으면서 형성된 것은 분명 아니라는 것이죠.
그럼 대체 어떤 바이러스와 부딪히면서 코로나에 맞서는 항체와 면역세포가 만들어진 걸까요? 정 교수는 “우리도 지금으로선 모른다”고 했습니다. 정 교수는 “어떤 바이러스, 인플루엔자로 인해 이 면역세포가 형성됐을 가능성이 있고, 우리도 모르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통해 형성됐을 가능성 등이 있지만 현재로선 다 추론일 뿐”이라며 “추가적인 연구를 해봐야 알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연구팀 “사스·메르스에 비해 코로나19의 치명률 낮은 이유일수도...”
정 교수는 “다만 이번 연구 결과의 중요한 함의는 코로나19가 사스, 메르스와 유사한 코로나 바이러스임에도 치명률은 상대적으로 아주 낮은 이유를 설명할 유력 후보를 찾았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까지 전 세계 코로나 치명률(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은 2% 내외입니다. 전 세계에서 수많은 코로나 사망자가 발생하는 비참한 상황인 건 분명하지만, 20~30%대의 치명률을 보인 사스나 메르스에 비해서는 치명률이 10배 이상 낮은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로 인류 중 상당수가 코로나에 대항하는 항체를 만들 능력을 이미 갖고 있기 때문에 치명률이 낮은 게 아닌가 하는 추론을 해볼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연구팀과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결과가 확대 해석되는 건 위험하다”고 거듭 당부했습니다. 사스와 메르스보다 치명률이 낮지만, 코로나19는 전파력이 매우 강하고 60세 이상 고령층에 대해서는 20% 넘는 높은 치명률을 보이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지요. 자칫 이번 연구결과에 방역이나 백신이 무용하다는 잘못된 해석이 덧붙여질 경우 불필요한 갈등과 혼란, 인명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와 연구팀의 우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