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8000원 인상' 선택적 보도에 사라져버린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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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04 14:27
'담뱃값 8000원 인상' 선택적 보도에 사라져버린 것은
기사입력 2021-02-03 18:08 최종수정 2021-02-03 19:08
[비평] 정부 따라 담뱃값 인상의 ‘선악’ 구분하고 ‘내로남불’ 선택적으로 사용하며 논란 제조한 보수신문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지난주만 해도 당장 이번 주에 오를 것처럼 떠들썩했던 '담뱃값 8000원 인상' 보도가 사라졌다.
논란을 만든 건 언론이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7일 내놓은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의 28개 중점과제 핵심은 '건강 형평성'이었고, 이 가운데 건강생활 실천 분야에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2030년까지 담배에 건강증진부담금 인상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리고 언론은 속된 말로 여기에 꽂혔다.
질의응답과정에서 구체적인 담뱃값 인상 폭과 시기를 물어봤다. 물어볼 수 있다.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이 답했다. "이 부분은 정확히 답변을 드려야 될 것 같은데 증진금을 OECD 평균 수준으로 인상하는 게 아니다. 담뱃값을 현재 OECD 평균은 담뱃갑 하나당 7달러, 그런데 우리나라는 한 4달러 정도인데 담뱃값을 올리겠다, 이런 정책적 목표인 것이고 오늘 발표한 계획이 말씀드린 대로 10년간 계획이다. 지금도 국회에 증진부담금을 인상하는 법안이 상정되어 있듯이 10년 안에는 구체적으로 증진부담금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는 아주 구체적으로 언제, 얼마만큼 올릴지는 정하고 있지 않다."
이게 전부였다. 그런데 언론이 '10년 안에 언제든 8000원 인상이 가능해졌다'는 식의 기사를 확정적으로 확산시켰다. 향후 10년의 계획을 '문재인 증세 논란'으로 바꿔버렸다. 여기에 보수신문은 '내로남불'이라는 '양념'을 추가했다. '"서민경제에 횡포"라더니…문, 담뱃값 인상도 내로남불?'(조선일보), '담뱃값 인상 들끊는 민심…4년 전 문 발언은 "서민 쥐어짜는 것"'(중앙일보), '4년 전 文 "담뱃값 인상은 횡포"…박근혜 정부 비판'(동아일보)과 같은 기사다.
'국민 건강수명 73.3살 연장 목표 2030년까지 담뱃값 단계적 인상'(한겨레) 정도가 합리적인 제목이었지만 보수신문은 박근혜정부 시절 담뱃값 2000원 인상을 비판했던 문재인 대통령을 소환해 '위선'이라는 색을 입히는데 주력했다.
이 같은 보수신문의 비판은 선택적이라는 지적을 받기 충분하다. 참여정부 시절이던 2004년 담뱃값이 500원 오를 때 당시 한나라당이 강하게 반대했고, 2005년 9월7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과 회담에서 "세금을 올리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소주와 담배는 서민이 애용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하며 담뱃값 인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박근혜정부가 2014년 9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2500원이던 담뱃값을 4500원으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증세 없는 복지'를 강조하던 정부가 '꼼수 증세'에 나섰다는 비판 속에 3개월 만인 2015년 1월부터 2000원 오른 담뱃값이 적용됐다. 그런데 이때는 이번 경우처럼 보수신문에서 '박근혜 내로남불' 비판 기사를 찾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중앙일보는 그해 9월12일자 '담뱃값 2000원 인상 결정 잘 했다'란 제목의 사설에서 "가격을 올릴 바에는 한 번에 대폭 올리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조선일보도 사설에서 "흡연율을 낮추고 청소년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담뱃값은 올리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기자 칼럼을 통해 "마냥 죄악세를 경원시한다면 음주량과 흡연율 세계 수위 국가의 굴레를 벗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무렵 '담뱃값 인상에…전자담배·금연용품 신바람'(조선일보)과 같은 기사도 눈에 띄었다.
결국 정세균 총리가 "담배가격 인상 및 술의 건강증진부담금 부과에 대해 현재 정부는 전혀 고려한 바가 없으며 추진 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히고 보건복지부 역시 "추진계획이 없다"고 명토 박은 뒤에야 관련 보도가 멈췄는데, 보수신문이 '우리 보도로 정부가 인상계획을 철회했다'며 스스로를 '무오류의 집단'으로 자평할까 걱정이다.
종합계획을 만든 국민건강증진정책심의위 1분과 흡연파트 담당 백유진 한림대 성심병원 교수는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담뱃값을 건드리지 않고서는 절대 흡연율을 목표 수준으로 낮출 수 없다"며 종합계획의 핵심인 건강 형평성을 위해서라도 인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중장기 종합계획을 여론에 떠밀려 뒤집은 것은 정책 일관성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보수신문이 '대통령 때리기'가 목적이 아니었다면 담뱃값을 올리지 않고도 현 35% 수준인 흡연율(성인 남성 기준)을 2030년까지 25%로 낮추기 위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노력이라도 보여야 했다. 일련의 담뱃값 인상 보도가 가장 아쉬운 점은 언론이 국민건강을 위해 필요한 정책적 논의의 공간을 없애버렸다는 점이다. 어느 정부가 추진하느냐에 따라 담뱃값 인상의 '선악'을 구분하고 '내로남불'을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식의 보도 태도는 아무에게도 도움 되지 않는다. 되려 언론의 '내로남불'에 화가 난 누군가의 흡연량을 늘릴 뿐이다.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지난주만 해도 당장 이번 주에 오를 것처럼 떠들썩했던 '담뱃값 8000원 인상' 보도가 사라졌다.
논란을 만든 건 언론이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7일 내놓은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의 28개 중점과제 핵심은 '건강 형평성'이었고, 이 가운데 건강생활 실천 분야에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2030년까지 담배에 건강증진부담금 인상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리고 언론은 속된 말로 여기에 꽂혔다.
질의응답과정에서 구체적인 담뱃값 인상 폭과 시기를 물어봤다. 물어볼 수 있다.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이 답했다. "이 부분은 정확히 답변을 드려야 될 것 같은데 증진금을 OECD 평균 수준으로 인상하는 게 아니다. 담뱃값을 현재 OECD 평균은 담뱃갑 하나당 7달러, 그런데 우리나라는 한 4달러 정도인데 담뱃값을 올리겠다, 이런 정책적 목표인 것이고 오늘 발표한 계획이 말씀드린 대로 10년간 계획이다. 지금도 국회에 증진부담금을 인상하는 법안이 상정되어 있듯이 10년 안에는 구체적으로 증진부담금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는 아주 구체적으로 언제, 얼마만큼 올릴지는 정하고 있지 않다."
이게 전부였다. 그런데 언론이 '10년 안에 언제든 8000원 인상이 가능해졌다'는 식의 기사를 확정적으로 확산시켰다. 향후 10년의 계획을 '문재인 증세 논란'으로 바꿔버렸다. 여기에 보수신문은 '내로남불'이라는 '양념'을 추가했다. '"서민경제에 횡포"라더니…문, 담뱃값 인상도 내로남불?'(조선일보), '담뱃값 인상 들끊는 민심…4년 전 문 발언은 "서민 쥐어짜는 것"'(중앙일보), '4년 전 文 "담뱃값 인상은 횡포"…박근혜 정부 비판'(동아일보)과 같은 기사다.
'국민 건강수명 73.3살 연장 목표 2030년까지 담뱃값 단계적 인상'(한겨레) 정도가 합리적인 제목이었지만 보수신문은 박근혜정부 시절 담뱃값 2000원 인상을 비판했던 문재인 대통령을 소환해 '위선'이라는 색을 입히는데 주력했다.
이 같은 보수신문의 비판은 선택적이라는 지적을 받기 충분하다. 참여정부 시절이던 2004년 담뱃값이 500원 오를 때 당시 한나라당이 강하게 반대했고, 2005년 9월7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과 회담에서 "세금을 올리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소주와 담배는 서민이 애용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하며 담뱃값 인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박근혜정부가 2014년 9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2500원이던 담뱃값을 4500원으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증세 없는 복지'를 강조하던 정부가 '꼼수 증세'에 나섰다는 비판 속에 3개월 만인 2015년 1월부터 2000원 오른 담뱃값이 적용됐다. 그런데 이때는 이번 경우처럼 보수신문에서 '박근혜 내로남불' 비판 기사를 찾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중앙일보는 그해 9월12일자 '담뱃값 2000원 인상 결정 잘 했다'란 제목의 사설에서 "가격을 올릴 바에는 한 번에 대폭 올리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조선일보도 사설에서 "흡연율을 낮추고 청소년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담뱃값은 올리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기자 칼럼을 통해 "마냥 죄악세를 경원시한다면 음주량과 흡연율 세계 수위 국가의 굴레를 벗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무렵 '담뱃값 인상에…전자담배·금연용품 신바람'(조선일보)과 같은 기사도 눈에 띄었다.
결국 정세균 총리가 "담배가격 인상 및 술의 건강증진부담금 부과에 대해 현재 정부는 전혀 고려한 바가 없으며 추진 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히고 보건복지부 역시 "추진계획이 없다"고 명토 박은 뒤에야 관련 보도가 멈췄는데, 보수신문이 '우리 보도로 정부가 인상계획을 철회했다'며 스스로를 '무오류의 집단'으로 자평할까 걱정이다.
종합계획을 만든 국민건강증진정책심의위 1분과 흡연파트 담당 백유진 한림대 성심병원 교수는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담뱃값을 건드리지 않고서는 절대 흡연율을 목표 수준으로 낮출 수 없다"며 종합계획의 핵심인 건강 형평성을 위해서라도 인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중장기 종합계획을 여론에 떠밀려 뒤집은 것은 정책 일관성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보수신문이 '대통령 때리기'가 목적이 아니었다면 담뱃값을 올리지 않고도 현 35% 수준인 흡연율(성인 남성 기준)을 2030년까지 25%로 낮추기 위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노력이라도 보여야 했다. 일련의 담뱃값 인상 보도가 가장 아쉬운 점은 언론이 국민건강을 위해 필요한 정책적 논의의 공간을 없애버렸다는 점이다. 어느 정부가 추진하느냐에 따라 담뱃값 인상의 '선악'을 구분하고 '내로남불'을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식의 보도 태도는 아무에게도 도움 되지 않는다. 되려 언론의 '내로남불'에 화가 난 누군가의 흡연량을 늘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