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뉴욕증시 3대 지수가 2%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연이은 상승에 따른 피로감과 더딘 경기 회복에 대한 불안 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선 공매도를 했던 헤지펀드들이 대규모 손실로 인해 다른 주식을 반대매매 당할 것이라는 얘기도 돌았다.

27일(미국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633.87포인트(2.05%) 떨어진 3만303.17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0월 말 이후 하루 낙폭으로 가장 크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98.85포인트(2.57%) 떨어진 3750.77에 마감해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355.47포인트(2.61%) 추락한 1만3270.60에 장을 마감했다. 전 업종이 하락했다.

시장은 최근 증시 급등에 따른 조정 우려, 경기 회복에 대한 불안, 코로나19 백신 보급 지연 등으로 흔들렸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 대한 실망감과 일부 헤지펀드의 공매도 손실에 따른 강제 주식 매각 가능성도 투자자를 압박했다.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25일 각각 최고점을 경신할 정도로 최근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이에 일각에서는 ‘버블’이라고까지 표현하며 과열에 대한 경고를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강한 게입스탑 주가는 이날도 134%가량 폭등했다. AMC 주가는 약 300% 치솟았다. 일각에서는 이들 주식에 공매도 포지션을 취했던 멜빈캐피탈 등 일부 헤지펀드들이 큰 손실을 입었고, 이를 메우기 위해 다른 주식을 매각하는 반대매도가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실물경기의 부진은 지속되고 있다. 미 상무부는 12월 내구재수주 실적이 전월 대비 0.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1월의 1.2% 증가와 비교해 증가폭이 대폭 줄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시장 예상 0.8% 증가에도 못 미쳤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유럽에 예정보다 적은 물량을 공급할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중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면서 지속되고 있는 미중 무역갈등 역시 불안요소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코로나19의 중국 기원설에 대한 강력하고 분명한 조사를 원하며, 화웨이 등 중국기업 제품의 사용 제한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날 FOMC에서 기존 정책 유지 입장을 밝혔지만 시장의 불안을 달래지는 못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테이퍼링(채권매입 축소) 조기 도입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새로운 완화책도 제시하지 않아 투자자들의 실망으로 이어졌다.

국제 유가는 혼조세를 보였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0.5%(0.24달러) 오른 52.8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3월물 브렌트유는 오후 3시6분 현재 배럴당 0.6%(0.34달러) 떨어진 55.57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주 미 원유 재고는 지난해 7월 이후 최대폭인 990만 배럴 감소, 지난해 3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국제 금값은 소폭 하락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금은 온스당 0.3%(6달러) 내린 1844.9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달러화 가치는 하루만에 반등했다. 뉴욕외환시장에서 오후 4시 기준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인덱스는 전장 대비 0.47% 오른 90.59에 거래됐다. FOMC에서 추가 완화책을 내놓지 않은데 따른 실망감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 금리인하 관측으로 유로화가 약해진 점도 달러인덱스 상승을 한층 부추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