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빨고, 음식을 먹을 때도…우린 ‘미세플라스틱’ 피해자이자 가해자 [플라스틱 중독사회 ②]

옷을 빨고, 음식을 먹을 때도…우린 ‘미세플라스틱’ 피해자이자 가해자 [플라스틱 중독사회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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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빨고, 음식을 먹을 때도…우린 ‘미세플라스틱’ 피해자이자 가해자 [플라스틱 중독사회 ②]

생태계 위협하는 미세플라스틱[경향신문]



직장인 A씨는 매일 아침 합성섬유로 만든 옷을 입고 집을 나선다. 버스를 타고 직장에 도착하면 종이컵에 티백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차를 마시며 일을 시작한다. 겨울이면 회사 근처 식당에서 매운탕이나 바지락칼국수를 즐겨 먹는다. 식사를 하기 전에는 물티슈로 손을 닦는다. 휴일에 야외로 나가 생수를 사서 마시고, 입이 심심할 땐 비닐봉지에 든 견과류나 과자를 사먹는다. 집에 돌아오면 합성섬유로 만든 옷들을 세탁기에 넣어 돌리고, 합성섬유로 만든 샤워타월로 몸을 씻는다. PET병을 재활용해 만든 플리스 재킷을 세탁기에 넣으면서 지구 환경을 위해 무언가를 했다는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처럼 지극히 평범한 A씨의 행동들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 행동들이 건강을 위협하는 어떤 물질을 만들어내거나 스스로 그 물질에 노출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 물질은 바로 21세기 들어서야 세상에 알려져 불과 십수년 만에 지구 생태계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떠오른 미세플라스틱이다.

미세플라스틱은 일반적으로 5㎜ 미만 크기의 플라스틱 조각을 말한다. 우리의 일상생활 곳곳에 상존하지만,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미세플라스틱이라는 말이 학계에 처음 등장한 것은 2004년이며, 2010년대 들어 오염 실태와 생태계 영향, 인체 영향 관련 연구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그 심각성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유엔환경계획(UNEP)은 2014년 미세플라스틱 오염을 전 세계 10대 환경문제 중 하나로 발표한 바 있다. 경향신문은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오염의 실태와 생태계, 그리고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확인하기 위해 국내외의 학술논문 및 보고서 70여편을 검토했다.

■미세플라스틱의 정의와 오염 실태

호주 코코스제도에서 확인된 플라스틱 쓰레기들의 모습. 사이언티픽리포트 제공

크기 5㎜ 미만의 플라스틱 조각
하천·해양 등 지구 전체에 퍼져
해양생물·꿀·생수에서도 검출

과학자들은 대체로 미세플라스틱을 ‘크기가 100nm(나노미터) 이상, 5㎜ 미만인 플라스틱’으로 정의하고 있다. ‘크기 5 mm 미만의 플라스틱 쓰레기’라는 미세플라스틱의 정의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것은 2008년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미국 워싱턴 주에서 주최한 제1차 국제 미세플라스틱 워크숍에서다. 이후 많은 학자들이 나노플라스틱(초미세플라스틱)의 정의가 1nm(나노미터) 이상, 100nm 미만이라는 것에 동의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미세플라스틱의 하한이 100nm가 됐다. 100nm는 머리카락 굵기의 500분의 1 정도 길이다.

미세플라스틱은 발생 원인에 따라 1차 미세플라스틱과 2차 미세플라스틱으로 나뉜다. 1차 미세플라스틱은 의도적으로 만든 미세플라스틱이다. 치약, 세안제, 화장품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알갱이가 대표적이다. 2차 미세플라스틱은 플라스틱 제품과 파편이 풍화·마모되며 생긴 것이다. 자연에 존재하는 미세플라스틱 대부분은 2차 미세플라스틱이다.

인간 활동에 의해 생성된 미세플라스틱은 지구 전체에 널리 퍼져 있다. 해양은 이미 미세플라스틱 오염으로 ‘플라스틱수프’가 됐다는 말이 나온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오염이 매년 해양생태계에 입히는 피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30억달러(14조3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극지방에 내리는 눈, 미국의 국립공원 지역에 내리는 비에도 미세플라스틱이 포함돼 있다는 연구결과들도 나와있다.

지하수와 수돗물, 생수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다. 국내의 경우 금강, 낙동강, 한강의 물과 어류에서 미세플라스틱이 확인됐고, 일부 정수장에서도 검출됐다. 국립생태원 연구진이 지난해 금강의 어류와 물을 분석했더니 폴리에스터와 폴리비닐클로라이드 등 미세플라스틱 5종류가 검출됐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금강 상류부터 하류까지 최소 3종류(폴리에스터,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가 잔존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부경대 연구진이 2019년 국립환경과학원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낙동강 물과 어류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강물에서는 1㎥당 112~152개, 어류에서는 누치 한 마리당 4.3개, 밀자개 3.5개, 메기 1.7개, 붕어 0.9개 등이 검출됐다. 한강 본류(잠실수중보~한남대교)에서도 1㎥당 최대 2.2개의 미세플라스틱이 확인됐다. 또 국내 수돗물의 미세플라스틱 실태를 조사한 결과, 24개 정수장 중 21개 정수장은 검출되지 않았지만 3개 정수장에서는 1리터당 각각 0.2개, 0.4개, 0.6개가 검출됐다.

또 목포대 연구진이 2017년 3월부터 2018년 1월까지 10개월 동안 시판 천일염을 분석한 결과, 국내산과 외국산 천일염 6종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나왔다. 100g당 프랑스산은 242개, 국내산은 최고 28개, 중국산은 17개가 검출됐다. 아주대와 한양대, 영국, 인도 등 국제공동연구진은 다음달초 국제학술지 유해물질저널에 게재 예정인 논문에서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4종의 어패류(굴, 홍합, 조개, 가리비)에서 최대 300μm 정도의 미세플라스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특히 폴리스티렌은 굴과 홍합의 주요 오염물질로 밝혀졌는데 국내의 패류 양식에서는 폴리스티렌 재질의 스티로폼이 널리 쓰이고 있다.

어패류를 포함한 다양한 해양생물뿐 아니라 닭, 꿀, 맥주, 천일염, 생수, 의약품 등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은 확인됐다. 이 음식을 먹고 마시는 인간이 배설한 대변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오스트리아 빈의과대학 연구진은 지난해 국적이 서로 다른 지원자 8명을 대상으로 미세플라스틱 검출 여부를 조사했다. 음식 제한 없이 약 1주일 동안 자유롭게 음식을 먹도록 하고, 그 기간 동안 이들의 대변 시료를 채취해 미세플라스틱을 분석했다. 실험 결과 모든 참가자의 대변에서 1g당 18~172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유럽에서 조개류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연간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의 수는 통계적으로 약 1만1000개로 추산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있다. 대체로 유럽인들보다 조개류를 많이 먹는 한국인의 경우는 더 많은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방송통신대 보건환경학과 한선기 교수가 지난해 한국환경보건학회지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실제 전 세계 표층수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종류는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이다. 이는 전 세계에서 생산되고 있는 플라스틱 종류별 순위와 일치한다. 플라스틱은 분해돼도 플라스틱이다. 더 작아질 뿐, 자연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미세플라스틱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멸종위기 해양포유류 남방큰돌고래의 서식지인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해안을 뒤덮고 있는 페트병 등 플라스틱 쓰레기들. 핫핑크돌핀스 제공

미세섬유가 가장 큰 비중 차지
플라스틱병의 뚜껑을 여는 등
사소한 행동에서 배출되기도

플라스틱으로 만든 각종 소비자용품, 합성섬유 의류, 그물이나 밧줄, 부표 같은 어업 및 양식업 도구, 비닐필름 등 농업용품, 각종 플라스틱 재질의 산업용품 등은 물리화학적 풍화 또는 인위적인 마모를 통해 미세플라스틱을 자연으로 배출한다. 이들 미세플라스틱의 주된 배출원에 대해 학계에서는 대체로 섬유와 타이어 조각, 운송 중 유실을 주원인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자연환경에 있는 2차 미세플라스틱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형태는 미세섬유이다. 해양 심층수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미세플라스틱 쓰레기 역시 미세섬유다. 북극의 한대수역 심해에서 채취한 시료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의 대부분(약 95%)은 미세섬유였다. 관련 연구들을 살펴보면 유럽 해양에서 발견된 미세플라스틱의 60~80%를 섬유가 차지하고 있다. 합성섬유로 만든 의류제품 한 벌을 세탁할 때마다 약 1900개 이상의 미세섬유 조각이 방출되며 그중 일부는 세탁기에서 여과되기에 너무 작아 배수구로 배출된다.

타이어 분진도 주요한 미세플라스틱 중 하나이다. 노르웨이나 스웨덴 등은 자국 내 미세플라스틱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이 타이어 마모로 인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타이어에서 갈려 나온 플라스틱 조각은 비와 바람에 쓸려 강으로, 바다로 향한다. 해상무역의 비중이 큰 한국의 경우 선박수송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가장 많이 발생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과학자들은 종이컵에 뜨거운 물을 넣으면 코팅된 플라스틱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나온다는 것과 흔히 쓰는 폴리프로필렌 소재의 아기용 젖병에 뜨거운 물을 넣을 경우 많은 양의 미세플라스틱이 나온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폴리프로필렌은 국내에서 음식 배달용기로도 널리 사용된다.

비닐을 뜯거나 플라스틱 병의 뚜껑을 여는 매우 사소한 행동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각종 제품이 들어있는 비닐봉지를 뜯는, 단순한 행동을 할 때조차도 미세플라스틱이 만들어진다. 인류 모두는 미세플라스틱 문제에 있어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인 셈이다.

■굴에 미세플라스틱 노출시켰더니

북방풀머갈매기의 위에서 나온 플라스틱 쓰레기들의 모습. Jan van Franeker 제공

아직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걸음마 단계지만, 미세플라스틱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그 또한 짐작할 수 있다. 인간이 먹이사슬에서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된 해양생물들을 먹는 ‘최종 포식자’이기 때문이다.

미세플라스틱의 생태계 영향 연구는 크게 두 범주로 나눈다. 첫째는 미세플라스틱 입자 자체가 미치는 물리적 영향이다. 미세플라스틱의 물리적 영향으로 대표적인 것은 미세플라스틱 섭취로 인한 영양 감소, 내부 장기 손상, 염증 반응 등이다. 생물의 체내에 들어온 미세플라스틱은 소화기 내부에 상처를 입히고, 소화작용을 약화시켜 질병 발생률과 사망률을 높일 우려가 있다. 특히 플라스틱 입자가 작을수록 더 위험하다. 입자가 작을수록 생체조직의 장벽을 통과해 혈관이나 모세혈관에 침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결과들에 따르면 플랑크톤이나 갑각류, 패류 등 수생생물들은 미세플라스틱을 모르고 삼키거나 먹이로 착각해 삼키게 된다. 또 조류나 어류, 고래류나 바다거북 등은 먹이사슬에 따라 이미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 먹잇감을 먹음으로써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된다. 섭취한 미세플라스틱은 대체로 배설되지만 일부는 소화기에 축적되고, 다른 장기까지 이동한 경우들이 나왔다. 홍합의 경우 내장 조직에 전체 미세플라스틱의 50%가량이 축적되었고, 제브라피시는 아가미와 내장, 간에도 축적됐다.

두번째는 미세플라스틱의 화학적 영향이다. 미세플라스틱에 포함된 첨가제가 침출되면서 생물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플라스틱에 포함된 첨가제 중 프탈레이트, 비스페놀A 등은 대표적인 내분비계교란물질(환경호르몬)이다. 비스페놀A는 갑상선호르몬의 작용을 방해하고, 생식 독성과 발달장애 및 심혈관계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방암과 전립선암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프탈레이트는 생식계 발달장애, 기형 등 다양한 독성을 유발한다.

미세플라스틱의 첨가제로 인한 연구 가운데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은 프랑스와 벨기에 과학자들이 성체 굴을 2개월 동안 미세플라스틱에 노출시킨 2016년 실험이다. 그 결과 굴의 난모세포 수는 38% 감소했다. 직경도 5% 줄고 정자 속도도 23% 떨어졌다. 국내 연구진의 2019년 분석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의 생물 독성은 입자의 크기가 작을수록, 만성적으로 노출될수록 높아졌다.

미세플라스틱은 다른 유해물질을 옮기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영국 플리머스대학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이 DDT 등 여러 오염물질을 흡착해 담수에서 해양으로 옮겼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미 짧은꼬리슴새에서는 첨가제인 폴리브롬화 디페닐에테르(PBDE)가 발견된 바 있으며 홍합, 물벼룩, 제브라피시 등에서는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해 체내에 비스페놀A(BPA)의 농도가 더 증가한 사실도 확인됐다.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를 흡착한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 일본 송사리에게서는 간 독성 등의 이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PAHs는 한번 흡수되면 체내에 축적되고, 암과 돌연변이를 유발하고, 생식능력을 저해한다.

폴리프로필렌 입자는 주변 해수보다 10만배에서 100만배가량 높은 농도로 발암물질인 폴리염화바이페닐(PCB)과 맹독성 농약인 DDT의 대사산물인 DDE를 축적할 수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PCB는 여러 동물의 면역체계, 생식능력, 및 신경계에 독성을 초래하고, 간에 손상을 줄 수 있으며, 암을 유발할 수 있다. 미세플라스틱에는 잔류성유기오염물질(POPs)이 주변 바닷물보다 최대 1만~10만배가량 높은 농도로 축적되기도 한다.

미세플라스틱에는 니켈, 납, 카드뮴 같은 중금속도 흡착된다. 연구결과들에 따르면 풍화된 미세플라스틱은 원래의 플라스틱보다 중금속 흡착도가 1.5~25배가량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납은 어린이에 대한 인지능력, 신경행동학적 이상 및 발달장애를 유발하며, 수은은 신장독성과 신경독성을 가지고 있다. 카드뮴은 폐암과 기관지암을 유발하며, 크롬은 만성 노출 시 폐암, 호흡기 천공이나 위축증, 피부궤양을 유발한다.

미세플라스틱은 자연으로 배출된 뒤 더 잘게 쪼개져 초미세플라스틱이 되는데 이로 인한 생태계 오염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미지수인 상태다. 스웨덴 룬드대 연구진은 2017년 어류가 섭취한 극히 작은 초미세플라스틱 입자들이 뇌까지 침투해 뇌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비록 실험실에서 수행된 연구지만 인간에서도 초미세플라스틱이 뇌나 다른 장기에 침투해 악영향을 일으키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미세플라스틱이 단순히 생물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뿐 아니라 미세플라스틱이 지구상의 산소 공급량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2019년 호주 연구진은 미세플라스틱이 지구상의 산소 중 10%가량을 공급하는 박테리아인 프로클로로코쿠스(Prochlorococcus)의 성장과 광합성, 산소 생성을 방해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이 우려한 것처럼 플로클로로코쿠스가 산소 생성 기능을 이전처럼 활발하게 하지 못하게 될 경우 지구상의 산소 농도 자체가 달라질 수 있고, 그 결과는 생태계와 인간에 예상하기 힘든 피해를 줄 수 있다.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영향

미국 서부의 국립공원 11곳에서 확인된 미세플라스틱을 확대 촬영한 모습. Janice Brahney, 유타주립대학 제공

최상위포식자인 인간 몸에 침투
DNA 손상·혈액세포 영향까지
구체적 유해성 연구 아직 부족

이처럼 해양 생물의 건강에 영향을 끼친 미세플라스틱은 상위 포식자인 인간에게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이 즐겨 먹는 어류에 미세플라스틱이 존재하는지를 평가한 연구 결과, 조사한 어종의 약 55~67%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평균적으로 어른 한 명이 일주일간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은 신용카드 1장 무게인 5g가량으로 추산된다.

학계에서는 인체에 침투한 미세플라스틱과 여기서 나온 첨가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건강 영향으로 피부자극, 호흡기 문제, 심혈관 질환, 소화기 문제 및 생식 저해효과 등을 거론한다. 인간의 뇌에 대한 연구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잠재적인 세포 독성을 나타낼 수 있음이 확인됐다. 또 미세플라스틱이 체내에서 세포막, 태반을 넘어갈 수 있으며, 세포 손상, 염증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올해 발간 예정인 한 논문에서는 미세플라스틱뿐 아니라 초미세플라스틱도 인체에 광범위한 악영향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이 소개됐다. 한국과 영국, 인도 등 국제공동연구진은 다음달 초 국제학술지 유해물질저널에 게재 예정인 논문에서 미세·초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해 예상되는 부정적 영향으로 DNA 손상, 간독성과 생식독성, 신경독성, 유전독성 등을 꼽았다. 논문에는 공기 중의 미세섬유에 노출되면 호흡기 질병에 걸릴 위험이 있으며 미세한 플라스틱 입자가 인간의 폐 조직을 관통하면서 염증, 섬유화 및 DNA 손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특히 초미세플라스틱은 생체의 막을 관통해 동물의 혈액세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스웨덴 룬드대 연구진은 2017년 어류가 섭취한 극히 작은 초미세플라스틱 입자들이 뇌까지 침투해 뇌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UNEP는 2016년 5월 보고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와 미세플라스틱’에서 “나노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은 태반과 뇌를 포함한 모든 기관 속으로 침투할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한 바 있다. 또 스위스 프리부르대학 연구진은 2019년 폴리스티렌 기반의 초미세플라스틱을 다양한 인간세포에 처리하여 분석한 결과 면역 시스템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초미세플라스틱이 세포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까지 침투해 세포 활성을 저하시키고 다른 물질에 의한 독성을 증폭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대기 중에 떠다니는 섬유 형태의 미세플라스틱은 폐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은 호흡을 통해 인체 및 호흡기관으로 유입될 수 있다. 대부분은 폐의 섬모에 의해 제거되지만, 폐 기능이 떨어지는 사람이나 직업적으로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되는 이들의 경우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의 경우 입자 크기 및 노출 농도가 인체 건강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를 가르는 요소가 된다.

실제 미국 연구진의 2017년 연구에 따르면 직업적으로 나일론에 노출되는 노동자들에서 호흡기 과민 질환이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캐나다의 나일론 작업자 중 4%가량에서 간질성 폐질환이 확인되기도 했다. 또 나일론, 폴리에스테르, 폴리올레핀, 아크릴 등 섬유산업 종사자에서는 간질성 섬유증 및 육아종 병변 등의 질환이 나타났다. 이 사례들은 고농도의 작업환경에서 일어난 것이지만, 인류 모두가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음을 고려하면 이런 질병이 섬유산업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또 주로 해양생물에서 나타났던 미세플라스틱의 첨가제로 인한 영향이나 중금속 및 잔류성 유기오염물질로 인한 영향에서 인류 역시 자유롭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아직 미세플라스틱과 첨가제, 잔류성유기오염물질, 중금속 등이 사람의 체내 어디에 쌓이고, 어떻게 작용하며, 얼마나 쌓여야 악영향을 미치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 연구는 많이 부족한 상태다. 앞서 언급한 연구들 역시 동물실험이나 사람의 세포를 대상으로 한 실험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의 독성과 인체 악영향을 명확히 입증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는 미세플라스틱이 유해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다. 아직 충분한 연구결과가 축적되지 않아 과학적으로 엄밀하게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에 가깝다. 연구 방법론이 정립되고 더 많은 과학적 증거가 모이면 인체 악영향 역시 더 뚜렷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학계에서는 앞으로 미세플라스틱의 만성 노출이 인체 유해성 문제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어떤 물질의 위해도는 해당 물질이 지난 유해성, 즉 독성과 피해자가 얼마큼 잦은 빈도로 해당 물질에 노출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설령 미세플라스틱의 독성이 매우 낮더라도 인류 모두가 매일 미세플라스틱을 섭취, 흡입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학계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의 만성 노출이 인체 유해성 문제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처럼 아직 인체 유해성 여부가 확실히 규명되지 않은 대상에 대해 과학자들이 일반적으로 준용하는 원칙이 있다. 바로 사전예방주의 원칙이다. 사전예방주의 원칙은 다수의 건강 또는 환경에 대한 위협이 존재하는 경우 그에 관한 과학적 불확실성이 존재하더라도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미다. 미세플라스틱 문제 역시 사전예방주의 원칙에 따라 생태계와 인체 악영향에 대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

■점점 더 심각해지는 미세플라스틱 오염

일단 배출되면 수거할 방법 없어
세계 각국 감축 노력 시작했지만
10년 뒤 유출량 2배가량 늘 전망

이처럼 미세플라스틱 오염이 심각한 상황에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세계 각국이 미세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으며, 시민들도 자발적인 미세플라스틱 감축 노력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유럽연합(EU)은 미세플라스틱 규제에 가장 적극적이다. EU 화학물질청(ECHA)은 미세플라스틱이 들어간 제품들에 대한 규제를 올해 안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화장품과 세제 및 유지 제품, 의료기기, 농업 및 원예 제품들이 대상이다.

미국은 2015년 ‘마이크로비즈 청정 해역 법안’을 발표해 마이크로비즈가 첨가된 ‘씻어내는(rinse off)’ 화장품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캐나다도 생활용품과 화장품, 일부 의약품, 건강식품에서 마이크로비즈를 규제하는 법안을 2016년 발표했다.

한국도 미세플라스틱 규제에 나선 상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세정’과 ‘각질 제거’를 목적으로 하는 화장품 및 제품에서 미세플라스틱의 사용과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환경부는 올해부터 미세플라스틱 규제를 세탁세제와 섬유유연제까지 넓혔다.

시민단체들의 자발적인 캠페인도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42개국 100개 NGO가 참여하고 있는 ‘비트 더 마이크로비즈 재단’이 대표적 사례다. 이들은 마이크로비즈가 포함된 생활용품 관련 정보를 휴대전화 앱 등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리고, 관련 지식 등을 전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세플라스틱 오염이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현재 추세가 지속되면 2050년까지 누적될 플라스틱 쓰레기는 330억t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와있다. 또 네덜란드 연구진은 2015년 해수면에 51조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떠다닌다는 추정치를 내놓은 바 있다.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진은 지난해 9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10년 뒤 매년 전 세계의 강과 바다로 유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5300만t가량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했다. 이는 현재 강과 바다로 흘러드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인 연간 2400만~3500만t의 1.5~2.2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처럼 매년 막대한 양이 자연으로 배출되고 있는 미세·초미세플라스틱이 일단 자연 중으로 배출되면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다시 수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결국 미세플라스틱 문제의 해법은 현재로선 자연 중으로 최대한 배출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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