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비 떠안고 짬도 독차지… 막내들 ‘코로나 스트레스’
루비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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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8 13:56
배달비 떠안고 짬도 독차지… 막내들 ‘코로나 스트레스’
기사입력 2021-01-18 07:01 최종수정 2021-01-18 11:14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A씨(27·여)는 팀원들의 도시락 배달비를 부담한 지 한 달이 돼가고 있지만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회사에서 식사를 해결하라는 지침이 내려오면서 막내 직원 A씨는 팀원들에게 주문을 받고 지불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하지만 팀원들은 자신의 밥값만 보낼 뿐 배달비에 대해서는 누구도 언급하지 않아 이 금액을 A씨가 고스란히 떠맡는 상황이다.
A씨는 18일 “막내여서 월급도 제일 적은데 많게는 4000원까지 나오는 배달비를 매번 내고 있다”며 “8명의 팀원에게 몇 천원을 나누자고 하기도 쪼잔해 보여 한두 번 내다보니 벌써 다른 음식점에서 풀코스로 즐길 금액이 지갑에서 빠져나갔다”고 한숨을 쉬었다.
코로나19로 직장 내 새로운 지침들이 생겨나면서 이에 파생되는 ‘코로나 잡무’를 떠맡은 막내 직원들이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부당한 업무 떠넘기기에도 막내 직원들은 눈치만 볼 뿐 호소할 곳도 마땅치 않다.
A씨는 본인이 먼저 지불한 다음 팀원들한테 밥값을 받는 형식으로 주문을 진행하는 것도 스트레스라고 한다. A씨는 “처음으로 배달 음식을 받으러 나가던 날 팀장이 ‘A씨, 지갑 안가져가?’라고 하던 게 아직도 생생하다”며 “매번 내 카드로 선결제하고 상사한테 돈 달라고 말하는 일이 얼마나 괴로운 지 아느냐”고 했다. 은행 계좌로 보내주는 사람, 메신저로 주는 사람 등 송금 방식도 제각각이어서 A씨가 일일이 수수료를 내고 본인의 통장에 합치는 날도 적지 않다.
식사 후 잔반 처리가 일상이 된 막내 직원도 있다. 직장인 박모(28·여)씨는 “지난해 12월부터 도시락 음식물 쓰레기 처리를 담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식사 후 상사가 자리를 뜨면 막내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음식을 비닐봉투에 모아 버린다. 박씨는 “책임자들은 손이 없는지 먹고 난 뒤 그대로 자리를 뜨는데 막내들만 눈치를 보는 상황이 짜증난다”고 답답해했다.
공기업에서 근무하는 20대 이모씨는 팀원들의 재택근무표를 짜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팀원들의 근무와 휴가를 고려해 재택 일정을 맞추고 이를 전달하는 일을 한 지 벌써 4개월째다. 이씨는 “정부에서 지침이 바뀌면 재택근무 비율이 바뀌어 급하게 수정하는 일도 다반사”라며 “이제는 도가 튼 것 같으면서도 이 일을 자연스레 계속 막내가 떠맡는 것 같아 서럽다”고 했다.
와중에 말단 직원에게만 방역 지침을 엄격히 준수하라는 상사의 ‘내로남불’도 적지 않다. B씨(28·여)는 얼마 전 친한 동료가 직계가족상을 당했지만 몰래 장례식장에 찾아가 위로를 해주고 왔다. B씨 상사가 “직원들을 대표해 가겠다”고 말하며 다른 직원들이 가지 못하게 눈치를 줬기 때문이다. 직전에 다른 상사의 가족상에 다같이 애도를 표하자고 한 것과는 정반대되는 행동이었다.
B씨는 “회사에 발각될까봐 결국 방문기록도 남기지 못한 채 다녀왔다”며 “높으신 분들의 가족이 돌아가신 것은 예를 갖춰야 하는 일이고, 말단의 가족상은 상도 아닌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