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가 없다③ 인터뷰] “집 팔고 가게서 잡니다”… 갈 곳 잃은 자영업자들
코로나19 이후 텅빈 술집. (인터뷰 인물과 관계 없음) 사진 출처=뉴시스
[이코노믹리뷰=편은지 기자] 코로나19는 창궐 이후 1년 만에 전국을 강타하며 빠른 속도로 국내 경제를 무너뜨렸다. 그 중 밥집, 술집, 헬스장 등 우리 생활에 가장 가깝게 스며들었던 자영업자들의 터전에는 그야말로 암흑이 내려 앉았다. 혼자서, 혹은 소수의 인원이 열심히 굴려가던 쳇바퀴는 일반적으로 체감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훨씬 크게 어긋났다.
강원래 이태원 펍 사장 “오픈 후 1년은 적자, 1년은 코로나”
“이제 이태원은 완전히 망해버렸습니다. 예전과 같은 이태원이 다시 돌아올지 모르겠습니다. 젊음을 즐기던 거리는 유령도시가 됐습니다. 불과 일 년도 되지 않아 일어난 일입니다.”
가수 겸 방송인 강원래씨는 지난 2018년 이태원에 터를 잡고 라운지 펍을 열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이른바 ‘힙플레이스’로 불리며 외국인, 한국인 가리지 않고 젊음을 즐기는 ‘이태원’이라는 장소가 그의 맘에 꼭 들었다. 이미 입소문난 장소인 만큼 손님몰이가 쉽지 않았지만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인테리어, 음악으로 가득 채우고 각종 행사와 이벤트로 서서히 이름을 알려갔다.
1년 쯤 지났을까, 점점 객수가 늘었다. 손님이 하나둘씩 찾아왔고 그 역시 1년간 열심히 달려온 성과가 가시화되자 기쁨에 찼다. 그러나 손님이 늘기 시작한 지 불과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코로나19가 발발했다. 그는 “작년 2-3월쯤 막 코로나가 시작됐을 무렵, 당시 이태원 상권이 비수기라 오히려 안심했다”고 씁쓸히 회상했다.
찬바람이 가시고 5월에 접어들자 사태는 심각해졌다. 손님이 모여야 할 시기에 코로나 확진자는 늘어갔고, 그러다 전국을 들썩였던 ‘이태원 클럽발 확산’이 터졌다. 강씨는 “겨우 자리잡아가던 중 갑자기 손님들의 발걸음이 약속한 것 처럼 뚝 끊겼다”며 “확진자 발생지가 ‘클럽’이었다는 이유로 춤을 추는 클럽, 라운지바가 가장 먼저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5월을 기점으로 강씨의 펍은 물론 주변 상가는 약속한 듯이 빠르게 무너졌다. 클럽, 라운지바를 중심으로 집합 금지령이 떨어지면서 이태원을 찾는 손님이 끊겨버린 것이다. 이태원 특성상 술집, 밥집 등을 거쳐 마지막에 라운지바, 클럽을 찾는 손님이 많기 때문이다. 이태원 확진자 발생 이후로 그가 버틴 시간은 불과 5개월. 5개월 사이에 임대료는 물론 직원 월급조차 밀리는 상황이 됐다.
강 씨는 “한 달 월세만 900만원이었다. 작년 한 해 동안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금은 두 번, 총 170만원에 불과했다. 한 달 월세의 반도 안되는 금액”이라며 “불과 5개월 사이에 이태원 상가 80%가 문을 닫았고, 나머지도 대출과 빚으로 근근히 버텼다. 한 술집 사장은 살던 집을 처분하고 가게에서 살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난 10월 결국 가게를 내놨다. 그의 말에 따르면 현재 남아있는 이태원 상가 80% 이상은 가게를 내놓은 상태다. 문제는 상가가 팔리지 않는다. 부동산엔 하루가 멀다하고 가게를 내놓는 사람들이 드나드는데 정작 보러오는 이는 한 명도 없다. 현재 이태원 상권의 현주소다.
그는 “지금 이태원을 위한 현실적인 방안은 영업시간을 하루 5시간, 6시간으로 제한하고 시간대와 상관없이 영업을 허용해 임대료라도 벌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며 “그게 아니라면 차라리 전국 밥집, 술집, 클럽 구별 없이 전체 다 문을 닫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역책이 아닐까 한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영업이 제한된 서울의 한 헬스장. (인터뷰 인물과 관계 없음) 사진 출처=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