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마운트곡스발 쇼크 올까…"폭락 없다" 전망 지배적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이 마운트곡스발 쇼크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14년 대형 해킹 사건으로 파산한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마운트곡스(Mt. Gox)가 묶여있던 비트코인(BTC) 약 13만7000여개를 채권자들에게 지급하겠다고 밝히면서 해당 물량이 시장에 '덤핑'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6일 마운트곡스가 채권자들에게 보낸 상환정보 서한에 따르면 마운트곡스는 8월 말경부터 달러(USD), 비트코인(BTC), 비트코인캐시(BCH) 세 가지 옵션을 통해 13만7000개 비트코인을 보상으로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해당 시기를 8월 25일~31일 사이로 점치고 있다.
13만7000 BTC는 하루 동안 전 세계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유통량의 8% 가량을 차지한다. 19일 오후 4시경 현재 시세 약 3000만원으로 환산하면 총액은 4조1000억원에 달한다. 4조원 가량의 물량이 시장에 갑작스럽게 풀리면 비트코인 시세 전반을 흔들 수 있는 것이다.
○ 사상 최대 해킹 사태…2014년 당시 시장에 막대한 영향
2014년 당시 글로벌 거래량 70~80% 이상을 차지했던 마운트곡스는 해킹을 통해 무려 85만개의 비트코인을 도난당했다. 이는 현재 환산 가치로 25조5000억원 수준이다. 해킹 사태와 함께 비트코인 가격도 급락했다. 2014년 2월 초 850달러 선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3월 말 550달러 선까지 폭락했다. 2개월 만에 약 36%의 가치가 증발한 것이다.
이후 마운트곡스는 도난 물량의 약 4분의 1에 달하는 20만 BTC를 회수할 수 있었다. 당시 마크 카펠레스 최고경영자(CEO)는 "비트코인 매매 정보를 저장했던 디지털 파일을 통해 2011년 6월 이전 사용하던 지갑에서 20만 BTC를 우연히 찾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장외 시장(OTC), 경매 등 대량의 비트코인 물량을 소화할 장치가 구축돼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비트코인의 시세가 급격히 상승한 만큼 당시 가치의 현금 보상을 원하는 채권자도 적을 뿐더러, 만약 다수의 채권자들이 비트코인 매도를 통한 현금 보상을 원하더라도 마운트곡스 측에서 이를 경매나 장외 거래를 통해 매도한다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지난 2020년 3월 25일 열린 '마운트곡스 4회 채권자 회의'에서 고바야시 신탁인은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캐시 두가지 자산에 대해서는 고객이 요청한 형태로 보상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마운트곡스 거래소 운영을 담당했던 제시 파월 크라켄 최고경영자 역시 "피치 못할 사정으로 비트코인을 매도하는 경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경매와 장외 시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 바 있다.
○ 업계 전문가 "실제 매도 압력 낮을 것…종합적으로 고려해야"
11일 김용진 프레스토랩스 대표는 "시장에 많은 물량이 공급된다는 점은 사실이기에 내러티브 적인 측면에서 투자자들에게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서도 "한 순간에 분배되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유통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매도 압력은 생각보다 적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해당 이슈가 이미 구체적으로 알려져 있었다는 점도 언급했다. 김 대표는 "마운트곡스 보상 이슈는 오래 전부터 예정돼 있었고, 보상 일자 또한 예전부터 공유돼 왔기에 가격적으로 충분히 선반영 돼있을 수 있다"면서 "이번 보상은 하락장에서 충분히 트리거로 작용할 수 있으나, 실질적인 보상만으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는 "현재 크립토퀀트에서도 마운트곡스가 공개한 부채 월렛(Liability Wallet)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며 "해당 월렛에서 비트코인이 실질적으로 출금되는 경우가 없는 이상 매도 압력이 직접적으로 작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주 대표는 "가설이지만 (채권자들이) 오래 전부터 일종의 채권 형태로 개인 간 거래를 하지 않았을까 유추하고 있다"며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사전에 채권을 판매하는 등의 여러 상황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채권자들이 8년간 버티기 힘들었을 거란 점과 현재 비트코인 시세가 바닥가인 점 등을 고려하면 모두가 덤핑(싼 가격에 투매)하는 상황은 일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동민 교보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주식시장의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이슈와 비교해볼 수 있다"며 "이런 이슈들이 있을 때는 채권자들의 투자 성향과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합리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에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당연히 합리적인 것"이라며 "합리적인 관점에서 해당 물량이 풀렸을 경우 거래소가 전부 소화하기 보다는 장외 시장(OTC)과 현물 거래, 경매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