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도 허락받고 순번제…” 건보 고객센터 상담사의 단식

“화장실도 허락받고 순번제…” 건보 고객센터 상담사의 단식

변은준 0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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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간적 콜 수 채우기 경쟁 내몰려
임금 215만원서 중개료 떼고 쪼개고
위탁업체, 인센티브 빌미 ‘쥐어짜기’
폭염 속 파업농성…올 들어만 3번째
“국민 개인정보 다뤄 직접 고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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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지부장을 비롯한 건보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들은 지난 2월과 6월에 이어 이달 초부터 세 번째 파업을 하고 있다. 상담사들은 건보공단 고객들을 상대하며 이들의 개인정보를 다루지만, 전국의 12개 위탁운영업체에 고용되어 있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이다. 위탁운영업체는 건보공단이 책정한 인건비를 상담사들에게 건보공단 대신 전달하고, 상담사의 전화 연결 수 등을 관리한다.

이 과정에서 경쟁 시스템에 의한 착취가 발생한다. 2016년 건보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로 입사한 이 부지부장은 지난 5년 동안 간접고용의 폐해를 온몸으로 겪었다고 설명했다. “업체가 운영하는 인센티브 제도가 가장 문제인데요. 원청인 건보공단은 1인당 노무비로 215만원을 지급하라는데 업체는 그걸 다시 쪼개어 최저임금 186만원만 주고 나머지는 상담사들끼리 경쟁을 시켜서 1인당 전화 받은 수(콜 수)가 많은 순서대로 나눠 주는 거예요. 그러면 가장 낮은 등급을 받은 상담사는 원래 받아야 하는 급여보다 30만원 가까이 못 받게 돼요.”

이런 경쟁 시스템이 되레 건강보험의 공공성을 떨어뜨린다고 이 부지부장은 말한다. 콜 수를 늘리려면 상세한 안내가 필요한 상담마저 급하게 마무리 짓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업체가 정한 상담사의 통화 시간은 1건당 2분30초 이내다.

이 부지부장은 업체들이 건보공단과 재계약을 하기 위해 도를 넘는 수준의 ‘상담사 쥐어짜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콜 수를 채워야 해 화장실도 팀장에게 허락 맡고 가야 하고요. 동시에 여러 명이 화장실에 가지 못 하게 가는 순번을 정해 줄 때도 있습니다. 이전에 다니던 민간기업 콜센터도 이 정도는 아니었어요.”

업체들의 또 다른 평가 요소인 ‘고객만족도 점수’도 고스란히 상담사를 옥죄는 도구로 쓰인다. 이 부지부장은 “업체가 건보공단과 재계약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고객만족도’ 평가인데, 그것 때문에 업체가 상담사더러 고객에게 ‘매우 만족 5점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하게 시킨다”며 “보험료를 낮춰달라는 고객 요구를 못 들어드릴 때가 있는데 그런 순간도 ‘5점 부탁드린다’는 말을 해야 해 심한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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