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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30대 남성 A 씨는 한 해운회사에서 일하며 2등항해사로 15만 톤급 벌크선에 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막 실습 항해를 마친 여성 B 씨가 3등항해사로 같은 배에 타게 됐습니다. 이 두 사람은 소속된 부서는 달랐지만, 당직근무로 교대하면서 조타실 같은 장소에서 함께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A 씨가 1등항해사를 대신해 선박 생활이나 업무에 대해 포괄적인 지도를 하고 있어 업무적으로 마주치는 일도 잦았습니다.
그렇게 1년 여를 한 배에서 근무했는데, 2018년 10월쯤부터 A 씨의 본격적인 추행이 시작됐습니다.
범행은 주로 단둘이 있던 공간이나 CCTV 사각지대에서 벌어졌습니다. 조타실에서 당직근무를 교대할 때 신체 접촉이 있었는데 조타실은 CCTV 사각지대였고 단 두 사람만 있어 주위에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또 A 씨는 B 씨가 소파에 혼자 앉아 있을 때 무릎을 베고 누운 뒤 B 씨가 피하려고 하자 강제로 볼에 입맞춤을 하기도 했습니다. 개인 공간인 A 씨와 B 씨의 방에서도 이런 추행이 있었는데, A 씨의 범행은 두 달여 동안 5차례나 이어졌습니다.
B 씨가 피해를 당할 때마다 "왜 이러십니까?"라고 말하거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등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범행은 이어졌습니다. 그럼에도 B 씨는 근무를 계속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선박조직 특성상 상급자에게 상당한 권위가 부여돼 있었고, 강하게 문제를 제기할 경우 직속 상급자인 A 씨로부터 업무상 불이익을 받을 것이 우려됐기 때문입니다.
B 씨는 이후 법정에서 자신이 신체 접촉을 거부하는 내색을 보였을 때 실제로 업무상 불이익 조치가 이어졌다고 진술하기도 했습니다.
또 A 씨가 선장과 친분 관계를 유지하며 상당히 두터운 신뢰를 쌓고 있었는데 A 씨의 평가나 의견이 업무 수행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점, 추행 이후에도 다음 날 또다시 함께 업무를 할 수밖에 없었던 점도 문제였습니다.
(중략)
그런데 법정에 서게 된 A 씨, 이해하기 힘든 주장을 내놨습니다. B 씨와 다른 부서에 소속돼 있어 자신은 업무상 위력을 행사할 지위에 있지 않았고, 신체적 접촉은 B 씨와 호감이 있는 관계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것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1심 법원은 다른 부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전자해도시스템 같은 업무 관련 교육을 하는 등 A 씨가 보호, 감독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봤습니다. 또 3등항해사의 업무에 '상급자 보좌 및 지시사항 이행'이 포함돼 있는데, 이런 점 때문에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해 추행한 것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여기에 A 씨와 B 씨가 나눈 SNS 대화 내용 등을 보면 특별히 호감이 있는 사이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