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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강씨 가족과 서울소방재난본부의 말을 종합하면, 강씨 가족은 19일 오후 5시12분께 119 신고를 했다. 당시 강씨의 체온은 37.8도였고, 의식이 혼미했다. 출동한 구급대원들과 구급상황관리센터는 즉시 서울 전역과 인천, 경기지역 병원 응급실에 전화를 걸었으나 수화기에서는 “발열 환자는 수용이 어렵다”는 대답만 거듭 돌아왔다. 이렇게 응급실 29곳이 같은 입장을 되풀이했다.
구급대는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해 협의를 거치지 않고 각 병원에 ‘밀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응급의료법에 따라 서울 서북부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에 갔지만, 병원은 환자를 격리할 응급실 자리가 없다고 거절했다. 구급차는 발길을 돌려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으로 달렸다. 강씨가 치료를 받고 있던 병원이었다. 오후 6시 30분. 예정에 없던 응급환자 도착에 응급실 쪽은 난색을 표했다. 그러다 결국 강씨는 오후 6시40분께에 응급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응급신고 뒤 1시간 반 가량을 거리에서 보낸 셈이다.
강씨의 코로나19 검사는 음성이었다. 하지만 강씨는 이후 의식을 완전히 잃었고 지금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강씨 가족은 “병원에서는 환자가 30분 이내 병원 도착했어야 하는데, ‘골든타임’이 지나 뇌가 손상됐다고 한다”면서 “산소포화도 등 여러 수치가 지금도 나쁘다. 환자가 임종하기 직전”이라고 전했다. 뇌혈관계 질환은 뇌세포 손실 등의 이유로 빠른 이송이 환자의 회복과 예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강북삼성병원과 은평성모병원 등은 응급실 내 격리공간 부족으로 환자 수용이 쉽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강씨와 비슷한 이송 지연 사례는 지속해서 발생했다. 지난 6월 81살 발열 응급환자는 응급실 격리병동이 없다는 이유로 23곳 병원 응급실에서 “수용 불가” 통보를 들었다. 결국 국립중앙의료원에 입원했지만, 구급대 출동부터 응급실 도착까지 3시간30분이 걸렸다. 서울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최근 병원들의 응급 격리 병상 확보가 힘들어지면서, 구급대가 병원 앞에서 1시간, 2시간 대기하는 경우도 있다”며 “강씨 사례처럼 평균 20곳 정도에 응급실 이송요청을 하고 거절당하는 과정을 겪는다”고 말했다.
이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를 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한번이라도 응급실 진료를 거부당한 발열 환자는 2959명이었다. 이중 70살 이상이 1384명(46.8%)에 달했다. 그 결과 병원까지의 이송 시간도 길어졌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를 보면,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도에는 33분이던 병원까지의 이송 시간이 지난해는 34분, 그리고 올해 6월 기준 39분으로 늘었다. 이 때문에 감염 상황에서의 응급환자 이송 시스템을 대폭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지침을 통해 감염 의심환자에 대해 다수 의료기관이 수용하기 어렵다고 할 경우, 구급상황관리센터를 담당하는 ‘지도의사’(구급지도의)가 직접 권역응급의료센터·중증응급진료센터에 수용 요청하도록 한다. 요청을 받은 해당 의료기관은 환자 우선 수용한 뒤 조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지침이 현실에선 작동하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현재 감염의심 응급환자는 응급실 내 격리시설에서 진료를 받고, 코로나19 검사 거친 뒤 일반병실로 이송되고 있다. 응급실 내 격리시설이 크게 부족한 상태여서, 병원들이 환자를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유인술 충남대병원 교수(응급의학과)는 “응급실 격리 공간이 아닌 정부 지침대로 응급실에 감염의심 환자를 우선 수용하면 다른 환자와 섞일 수밖에 없다. 환자가 코로나19 확진이라도 되면 다른 환자들에게 감염이 확산되고 응급실도 문을 닫아야 한다”며 “지도의사 역시 타 병원에 환자를 받으라고 요청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응급실 격리시설과 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