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일에 환장하는 남자친구때문에 고민.pann
안녕하세요 저는 평범한 20대 여성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기념일 가지고 남자친구와 매번 싸우고 서운해하는데 저는 이해를 못하겠어서 글 올려봅니다.
남친과 저 둘다 20대 후반이고 사귄지는 3년정도 되었어요.
저는 기념일에 이벤트하고 유난?떠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학생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 불편하게 하는거 너무 질색이고 그냥 특별한 날에는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맛있는 밥 먹고 얘기하고 하면서 보내고 싶어요. 해봤자 작은 꽃다발정도?
그런데 남자친구는 기념일 이벤트같은거에 환장을 하고 제가 그렇게 챙겨주기를 원합니다.
그만큼 자기도 많이 하고요.
처음에는 그런거 너무 싫다고 잘 타일러도 보고 단호하게도 말해봤지만 얼마전 3주년 때문에 정말 많이 싸웠습니다.
남자친구는 그래도 사람이 정성 들여서 했는데 무안하고 제가 너무 무례하다는 입장이고
저는 상대방이 싫다는데 꾸역꾸역하는 너가 무례하다는 입장입니다.
진짜 남자친구 정성을 알겠는데 그냥 할때마다 정떨어지고 여자친구를 많이 사랑하는
나에 취해서 지멋대로 행동하는 느낌이라 너무 싫어요.
남친과 기념일 이벤트로 싸운 몇몇 일화를 써보자면
1. 100일 이벤트
미용실에서 머리하고 남자친구 만나기로 했는데 머리 감는 사이에 미용실 한가운데에서
꽃다발 들고 무릎 꿇고 앉아있다가 일어나자마자 "ㅇㅇㅇ 사랑한다!" 3번 복창하기.
꽤 큰 미용실이라 사람들 많았는데 다 쳐다보고 지 친구들 불러서 그 모습
영상으로 찍게 했는데 저는 머리 감아서 수건으로 감싸고 있는 모습까지 다 찍혀서
인스타에 의사도 물어보지 않고 강제로 업로드됨.
미용실 뛰쳐나가고 싶었음
2. 1주년 이벤트
1주년때 연극보러갔는데 연극끝나고 사람들 다 못나가게 한 상태로 불도 안 켜주고
'안녕 내 사랑...많이 놀랐지?' 이런 영상 스크린으로 틀어주길래 헐 진짜 민폐다 싶었는데 주인공이 저였음
사람들 다 표정 안 좋은거 빤히 보이는데 굳이 앞에 나가서 꽃다발 받게 하고
너무 쪽팔리고 죄송해서 무대에서 죄송합니다 연발
극장 뛰쳐나가고 싶었음
3. 500일? 이벤트
1주년지나고 나서부터는 자잘한 기념일 안챙기고 싶다고 2주년, 3주년 이렇게만
챙기자고 했는데 시무룩하지만 알겠다 그러길래 안심하고 있었는데 회사 점심시간에 찾아옴.
부장님 과장님 할 것 없이 다같이 식당에서 부대찌개 먹고 있었는데
지 몸뚱아리만한 꽃바구니..? 챙겨와서 식탁에 턱 올려놓음
다들 어리둥절한 와중에 자기가 써온 편지 낭독하기
회사 사람들하고 개인사 얘기 안했는데 '우리 처음 만난 날...기억해?'로 시작하는 편지
읽기 시작하길래 너무 죄송하다고 폴더폰 마냥 사과하고 남친 끌고 나감.
꽃바구니 물먹어서 무겁고 회사에 둘데도 없고 회사사람들 지나가면서 다
'ㅇㅇ씨 남친 로맨틱하다 ㅎㅎ' 한마디씩 하고 가는데 들을때마다 얼굴 빨개졌음.
1년 넘게 지난일인데 아직까지도 회사에서 가끔 이야기 나옴
4. 2주년 이벤트
올해는 제발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밥먹자고 사정을 해서 괜찮은 식당 룸 예약하고 기분 꽤 좋았음
와인도 마시면서 괜찮았는데 갑자기 남친 친구들 우르르 들어와서 아카펠라? 합창 비슷한거 함
룸이었는데 복도랑 홀까지도 들릴정도로 쩌렁쩌렁하게...
그날은 정말 화가 나서 그대로 뛰쳐 나왔음
5.대망의 올해 3주년 이벤트
지금까지 그렇게 이벤트 때문에 많이 싸웠고 싫어하는거 알았으면 이제 안하겠지
싶었는데 자기 회사 동료, 친구, 가족들이 3주년 축하한다고 말하는 영상 편집해서 보냄
거의 10분 가량되는 영상이었는데 30초도 못 보고 껐음
하..진짜 왜 남친과 나의 사적인 영역을 그렇게 다른 사람한테 자랑하지 못해서
안달이 났는지 이렇게 싫다고 말했는데도 왜 내 말은 듣는척도 안하는건지 너무 화나서 대판 싸움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받는 3주년 축하가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지..? 싶었음
대략 정말 많이 화났던 사건들만 쓴 건데 정말 별것도 아닌 날에도 플랜카드 들고
회사앞에서 기다리기 길거리에서 사랑한다고 소리치기 등 지딴에는 이벤트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많이 했어요.
저는 제 의견 묵살하고 자기 맘대로 행동하는게 너무 무례하다고 생각하고
지금은 너무 정 떨어져서 거의 헤어질 생각까지 하고 있는데
남자친구는 이런 남자친구가 어딨냐며 제가 복에 겨웠다고 말하고 있어요.
사람이 정성을 쏟아서 이벤트를 했으면 적어도 조금은 기뻐해야 하는거 아니냐면서....
전 솔직히 마음은 다 정리됐고 그냥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남친이 비정상인거 같은데
남친은 제가 너무 무례하고 무심하다고 주장해서 제가 비정상인지 남친이 비정상인지 궁금해서 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