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지 않다
변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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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27 15:48
이렇게 어른들이 저지르는 괴롭힘은 교묘해서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호소하는 것 조차 어려울 때가 많다.
또 피해자는 이런 종류의 간접적인 폭력에 오래 노출될수록 무기력해지기 쉽다. 처음에는 반박도 해보고 괴롭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다가 괴롭힘이 지속됨에 따라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곤 한다. 지속적인 괴롭힘 앞에 장사 없다는 얘기다.
배울만큼 배운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도 괴롭힘은 일어난다. 연구실에서 다 같이 모여 파티를 하는데 다른 사람들에게는 몇 주 전에 앞서 미리 날짜를 얘기하고 자신들이 괴롭힐 대상으로 찍은 사람에게만 바로 전날 내일 모임에 올 수 있냐고 물어보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 또 그 사람이 발표를 할 때에만 유독 비판적이고 차가운 반응을 보이는 등 저급한 행동들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개인적인 수준에서 사람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예컨대 내가 아무 이유 없이 오이와 당근을 싫어하고 비슷하게 이유 없이 어떤 사람이 불편하듯, 다른 누군가도 아무 이유 없이 나나 또 다른 사람이 껄끄러울 수 있는 것이 인간관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때에도 그냥 어떤 이와는 잘 맞지 않음을 속으로 인정하고 적당히 인간적인 관계를 유지하면 될 일이지 굳이 괴롭히는 행동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이와 당근이 싫으면 내가 먹는 김밥에서 조용히 빼면 되지 다른 사람이 먹는 김밥에서도 굳이 빼거나 밭에서 잘 자라고 있는 오이와 당근에게 해코지를 할 필요는 없는 것처럼 말이다.
또 만약 다른 사람도 나만큼이나 오이를 혐오하도록 만들었을 때 구체적으로 어떤 이점이 있는 지 잘 모르겠다. 나의 오이 혐오가 이해 받고 있고 정당화 된다는 느낌은 있겠지만 그 이상의 이점이 있을까?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많이 만들어서 특정 집단에 대한 소속감을 갖기 위함이라고 해도 오이 혐오파라는 정체성 보다 장기적으로 더 바람직한 집단 정체성을 찾아볼수 있지 않을까? 성장할수록 점점 더 누군가를 괴롭히는 것보다 더 바람직한 일에 많은 에너지를 쓰는 어른이 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http://news.v.daum.net/v/20210821060022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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