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외 업무' 요구하고…일하다 다치면 '나 몰라라'
[앵커]
일을 하다 다치더라도 자기 돈으로 치료 해야하는 곳이 있습니다. 자신의 업무가 아닌 일을 요구받고 그 일을 하다 다쳤는데도 그렇습니다.
백일현 기자입니다.
[기자]
한 남성이 땅바닥에 쓰러져 있습니다.
뒤에는 물건이 실린 화물차가 보입니다.
쓰러진 남성이 고통에 겨워 어떻게든 움직이려고 애씁니다.
지난 10일 밤 경기 성남의 한 택배 사업소 사고 모습입니다.
다친 사람은 화물차 운전기사인 정모 씨입니다.
원래는 화물차 운전만 해야 하지만 현장에서 추가 업무를 요구받았습니다.
[정모 씨 : 손을 하나도 안 대고 운전만 하면 된다고, 확답을 받고 갔어요. (그런데) 택배회사에서는 짐을 실어주길 바라고, 짐을 실어야 한다고 말하더라고요.]
결국 짐을 정리하다 사고를 당했습니다.
발이 미끄러져 화물차에서 떨어졌습니다.
척추와 오른팔이 부러지고 머리 피부가 찢어지는 중상을 입었습니다.
급하게 병원으로 옮겨져 회복 중이지만, 열흘 만에 1300만 원 가까운 병원비가 나왔습니다.
거액의 병원비 부담에 산재를 신청했지만 해당 택배회사 사업소, 화물주선업체 모두 거절했습니다.
짐을 싣다가 다친 게 아니라 이미 실었던 짐을 정리하다 다친 거니 책임이 없다는 이유입니다.
[A택배회사 사업소장 : 이미 싣고 오신 것을 저희 짐을 실어야 하니까 자기가 정리하다 그런 건데. 저희보고 산재를 들어달라는 거예요. 저희 직원한테만 들어주는 거지. 저희 소속도 아닌데.]
하지만 법규는 다릅니다.
화물차 운전자가 계약과 다른 업무를 수행하는 동안 발생한 사고는 산재보험을 적용해야 합니다.
임시적으로, 업무 지시를 한 사업자 소속 노동자로 보기 때문입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 : (화물차 운전자가) 화물 운송하는 업무 이외에 다른 상하차 작업…산재보험법이 개정되면서 그 사람들에 대해서도 산재 적용 대상이 되도록 바뀌었거든요.]
정씨는 호소합니다.
[정모 씨 : 하청을 받아서 약자지 않습니까. 약자 입장에서 일할 수밖에 없고, 일을 안 했을 때도 불이익이 가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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