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1건에 7900만원 챙기기도…요즘 공인중개사 초호황

거래 1건에 7900만원 챙기기도…요즘 공인중개사 초호황

변은준 0 47
서울 서대문구의 40대 주민 이모씨는 최근 살던 아파트를 팔고, 같은 단지 내 더 넓은 평형으로 이사했다. 이씨는 중개수수료율을 0.5%까지 낮춰주겠다는 공인중개사에게 매수와 매도 거래를 한꺼번에 맡겼다. 수수료율을 낮췄지만 10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사고파는 과정에서 그는 1200만원을 공인중개사에게 줬다. 그는 "포털사이트 등에 아파트 가격이 거의 다 나와 있고 매수·매도 대기자도 많아 공인중개사가 계약서 작성 외에 별로 한 일이 없는 것 같은데 잠깐 사이에 1200만원을 챙기는 것을 보고 맘이 편치 않았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집값과 전셋값이 다락같이 오르면서 부동산 중개 시장이 호황을 맞고 있다. 공인중개사는 부동산 거래 금액의 일정 비율을 중개수수료로 받기 때문에 집값이 높아질수록 수입도 많이 늘어난다. 최근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0억원(6월 KB부동산 기준)을 넘어서면서 아파트 거래자들이 거래 한 건당 1000만원이 넘는 수수료를 내는 경우가 많아졌다. 일부 초고가 아파트 거래의 경우 중개수수료가 대기업 근로자의 연봉과 맞먹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지난 4월 80억원에 거래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80평)에 현행 최고 요율인 0.9%를 적용하면 중개수수료(부가세 포함)는 7920만원이 된다.

이렇게 거래 한 건당 챙길 수 있는 수입이 늘어나면서 공인중개사의 개업은 늘고, 휴·폐업은 줄고 있다. 중앙일보가 7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통해 받은 '공인중개사 개·폐업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전국의 각 지방자치단체에 신규 등록한 공인중개사 숫자는 7922명이다. 하루에 52명꼴로 부동산 중개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셈이다. 같은 기간 폐업을 한 공인중개사는 4791명, 휴업은 346명이다. 개업이 휴·폐업보다 1.54배 더 많았다. 공인중개사의 휴·폐업 대비 개업 비율을 2018년부터 연도별로 조사해본 결과 2018년 1.12배, 2019년 1.01배, 2020년 1.27배로 올해(1.54배)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공인중개사의 개업과 휴·폐업 비율은 집값 상승률, 거래량 등의 부동산 지표와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의 경우 30~40대를 중심으로 '패닉바잉'(공황매수) 열풍이 불면서 아파트 거래량이 2018년 이후 가장 많은 10만6027건에 달했고, 집값 상승률 역시 조사 기간 가장 높은 1.34%(한국부동산원 기준)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올해 1월 1833명의 공인중개사가 개업했고 휴·폐업은 970명에 그쳤다. 휴·폐업 대비 개업 비율은 1.89배로 월별 수치 기준으로 2018년 이후 가장 높다. 지난 2월(1.67배)과 3월(1.71배)에도 이 비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부동산 중개 시장의 호황은 역설적으로 소비자에겐 부담으로 작용한다. 중개수수료에 대한 불만이 커지자 정부는 지난 2월 중개수수료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중개수수료 체계가 바뀌는 건 2014년 이후 7년 만이다. 먼저 국민권익위원회가 설문조사를 통해 실태를 파악했고, 국토교통부에 개편을 권고했다. 이를 토대로 국토부는 전담조직을 구성해 지방자치단체, 중개업계, 소비자단체 등과 이견을 조율하고 있다.

국토부는 개편안 작업에 착수하면서 늦어도 이달에는 중개수수료 개편안을 발표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런 상반된 이해관계 때문에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중개업계의 불만도 크다. 서울 송파구의 김모 공인중개사는 "집값은 정부가 올려놓고, 국민들의 분노를 공인중개사에게 돌리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 현장에선 구간별 정액제를 도입하거나 요율 상한선을 없애고 확정 요율을 도입해 협의 과정을 최소화하자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국토부 관계자는 "소비자와 부동산 중개업계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중개수수료 개편안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25&aid=0003116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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