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들의 근황.news
갑작스럽게 불어온 고용 한파는 인문·사회계열 중에선 그나마 취업 걱정은 덜하다고 생각했던 경영학 전공자마저 갈 곳을 잃게 했다. 김씨는 당초 대학원 입학 때부터 석사까지만 한 뒤 취업할 계획이긴 했지만, 코로나19로 전체 취업시장이 얼어붙은 것은 물론 당장 먹고살 길이 막막해진 상황에서 박사과정을 택하기는 어려웠다. 그는 “석사 딴 뒤 갈 곳 없는 동기 중에 박사로 간다는 애들이 있긴 했어도 당장 취업을 안 해도 버틸 여력이 있으니 그런 것”이라며 “박사학위는 언제 받을지를 장담할 수 없는 마당에 선뜻 발을 들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올해는 아직 교육당국이 해당 통계 집계를 완료하지 않았지만, 역대 최초로 10만명 선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그러나 당장 코로나19팬데믹에 따른 취업 한파와 함께 그동안 대학원 내부에 자리 잡고 있던 해묵은 문제들이 더욱 심각한 지경에 이르면서 국내 학문 연구 생태계가 붕괴될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전망 또한 나오고 있다.
“인터넷에 보면 대학원생은 지도교수 꾐에 걸려든 노예처럼 그려지는데, 대학원 오기 전에 어느 정도 각오를 했기 때문에 사실 그 문제는 그리 대수롭지 않았다”는 서씨는 “연구과제 하나도 못 따오는 연구실에 있다 보니 일한 대가만이라도 받는 노예가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백원영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은 “국내 박사 인력은 증가하고 있지만, 고학력자를 위한 일자리가 많지 않아 하향취업하고 있다”며, “고급인력 양성 시스템 및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직종 개발 등의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 청년층의 석·박사 이수율은 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및 조사대상 44개국 가운데 33위에 그쳤다. OECD 평균인 15%에 비하면 12%포인트 낮은 수치다. 대학 진학률은 높아도 전문적인 연구에 뛰어들기를 주저하게 만드는 한국의 사회·경제적 환경이 반영된 통계다.
결국 학문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요건들이 하나하나 무너지는 상황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특히 기초학문을 중심으로 붕괴는 가속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