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v.daum.net/v/20220730165149374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중동의 파리'로 불렸던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한 빵집에 29일(현지시간)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습니다.
정부 보조금이 투입돼 싼 가격에 공급되는 둥글고 넓적한 빵을 구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입니다. 한 외신 보도에 따르면 빵을 구하려는 레바논 주민들과 시리아 난민들 간에 주먹다짐도 벌어졌다고 합니다.
레바논의 전체 곡물 소비량의 절반 이상을 가져오던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밀과 보리 같은 곡물 가격의 고공행진과 수급 불안도 길어지고 있습니다.
사상 최악의 경제난으로 화폐가치가 90% 이상 폭락하면서 외화가 바닥난 레바논 정부가 보조금 지급을 중단할 수 있다는 우려는 종종 빵 사재기 대란을 부추깁니다.
빵 대란은 밀가루 수급이 불안할때마다 벌어지지만, 최근에는 점점 더 빈번하게 벌어지고 길어지고 있습니다.
레바논 의회가 지난 26일 밀 수입을 위한 1억5천만 달러(약 2천억 원)의 세계은행(WB) 차관 사용을 승인했지만 이번 주 내내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빵집 주인들은 정부의 보조금 규모가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정부는 시리아 난민들이 본국에 보내거나 암시장에서 거래하는 데 필요 이상의 밀가루와 빵을 사들이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후 레바논 곳곳에서 시리아 난민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일어날 조짐이 보이자 유엔이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레바논에 거주중인 시리아 난민은 최대 150만명.
이 때문에 인구 670만 명의 레바논은 전세계에서 인구 대비 수용 난민 수(인구 4명당 1명꼴)가 가장 많은 국가로 꼽힙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레바논 트리폴리 항구에서는 시리아 국적 화물선에 실려 입항한 밀가루와 보리를 두고 논란도 벌어졌습니다.
시리아 국적의 화물선 '라오디게아'호가 지난 27일 북부 트리폴리 항에 1만t의 밀가루와 보리를 싣고 입항했는데 현지 우크라이나 대사관이 이 밀가루와 보리가 전쟁 중 자국에서 약탈당한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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