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성착취물, 대책은 무엇일까[이수정교수 사설]

'브레이크' 없는 성착취물, 대책은 무엇일까[이수정교수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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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세상은 무법천지다. 그렇다 보니 최첨단 IT기술들이 난무하며, 성범죄 역시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2019년 말을 가장 뜨겁게 달궜던 이슈는 디지털 성착취 범죄였다. 이에 대한 쟁점은 21대 국회 초 많은 법률을 개정하도록 했다. 심지어 기본법인 형법까지 개정되었으나 현재 디지털 성범죄는 사이버 공간 깊숙한 곳에서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다. 박사방과 관련해 구속된 피고인들은 중한 형을 받고 있지만 그것으로는 디지털 성범죄의 만연에 별다른 제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피해 영상이 그대로 검색되며 심지어 소라넷2가 등장했다. 소라넷이 무엇인가. 십여 년 전 헤어진 여자친구를 모욕할 목적으로 그녀와 찍었던 성관계 사진이나 영상을 유포했던, 이른바 리벤지 포르노가 탄생했던 바로 그 플랫폼 아니던가. 한 발짝도 앞으로 내딛지 못한 현실을 개탄한다.












'교화'만으로는 개선되지 않는 범죄



사이버 공간에서 성관계 동영상은 재미나 취미생활로 소비된다. 과거에는 빨간책이란 속어가 이런 유의 음란한 사진이나 그림 등을 지칭해 왔었지만 컴퓨터는 좀 더 수월하게 성적 자극물들을 소비하게 만들었다. 음란물의 대중화로 표현되는 세태는 그러다 보니 브레이크 없이 질주 중이다. 이런 불법 음란물들 속에서 강간 장면 등 사실성이 높은 것들은 오히려 더욱 명성을 얻으며 소비되고 있다. 혹자는 성을 대상화하는 우리 사회의 하위문화를 비판하면서 계도교육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인 것처럼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몇십 시간짜리 예방교육으로 사람들의 품성을 개조할 수 있는가. 보호관찰소에서 실시하는 수없이 많은 존스쿨로 성매매가 근절되었는가. 교화의 순기능을 한때 신뢰했던 필자로서도 디지털 성범죄의 실태는 교육만으로는 절대 개선될 리 없음을 시인하게 된다.



합성된 것이든 아니든 강간 영상 혹은 성착취 영상을 볼 때 무슨 생각이 드는가? 성적 쾌감으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는가? 아니면 일상적이지 않은 영상이기에 호기심을 느끼며 무엇인지 좀 더 확인해 보게 되는가? 만일 나의 반응이 이러했었다면 어쩌면 디지털 성범죄자들이 접근하려고 하는 주요 고객이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런 영상을 볼 때 성적인 쾌감보다는 불쾌함을, 나아가 궁금증보다는 참담함을 느낀다면 여러분들은 여전히 정상의 범주에 속하리라. 만일 그 영상 속에 등장하는 얼굴을 찡그리고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자의 심정이 그대로 전해진다면 그런 사람들은 결코 음란영상과 친해질 수 없을 것이다. 더불어 불편감이 분노에까지 이른다면 아마도 피해자 편에서 이 문제를 이해하는 입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피해 여성을 인격을 지닌 인간으로 보았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당하는 침해에 함께 격분할 수 있는 것이다.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는 그 누구라도 생사의 갈림길에서 고민한다. 1차적인 피해로 인한 심적 고통뿐 아니라 영상물을 봤을 수도 있는 불특정인들로부터 해코지와 비난을 받을 것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문 밖을 나갔을 때 누군가 알아볼 수도 있지 않을까, 밤늦은 시간 혼자 있을 때 누군가 침입하지는 않을까, 인터넷을 켜기만 해도 누군가 나를 훔쳐보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두려움의 정도는 굳이 병으로 따지자면 치통보다는 훨씬 고통스럽고 어쩌면 심장이 멎을 것만 같은 고통, 군대에서 선임들에 의해 집단적으로 가혹행위를 당한 군인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그 정도의 심적 고통을 불특정인들을 향해 느끼게 되는 것이다. 광장공포증 혹은 공황장애, 더 나아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와 함께 우울과 무기력증 그리고 그로 인한 자살 시도는 이들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임상증상이다. 혹시 트랩에 고양이와 함께 갇힌 생쥐의 심정이 상상이 되는가. 그 비슷한 죽음의 공포를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은 다들 경험한다.




'잠입수사' 허용으로 처벌 강화



만일 아무 생각 없이 성관계 불법 촬영물을 다운받아본 경험이 있는가? 확실하게 얘기해 줄 수 있는 사실은 당신의 불법 다운로드가 성폭력 피해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집단가해 행위의 일부라는 것이다. 학교에서 군대에서 혹은 직장에서 잘못한 것도 없는데, 지속적으로 매일매일 두드려 맞는다고 생각해 보라. 처음에는 한 명이, 그다음엔 두 명이, 그리고는 누구인지 알 수도 없이 많은 동료가 다들 등을 돌리고 비난하고 주먹질에 동참한다면? 더욱 끔찍한 것은 이런 사태가 끝날 것 같지 않다면? 잠시 잠잠해질 수는 있지만 한 달 후 혹은 두 달 후 언제라도 지옥 같은 경험이 재발할 것이라고 생각된다면? 극도의 절망감이 엄습할 것이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라진 삶이라면 과연 의미를 둘 수 있을까.



절대 보지도 듣지도 말자. 상상은 더욱 하지 말자. 그러는 동안 피해자들에게는 끔찍한 고통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나의 인격 역시 저속해지고 결국 피폐해진다. 불법 영상물을 유포하고 소비하는 것은 따라서 천인공노할 범죄인 것이다. 인간에 대해 이런 취급을 해선 안 되는 것이다. 법적 제재를 시작하다 보니 이들 영상물은 점점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있다. 다크웹이라고 불리는 구정물 속에서 이런 영상물을 찾으려 애쓰지 말자. 그러는 동안 당신의 영혼과 마음도 모두 악취 나는 쓰레기가 되는 것이니.



이제는 불법 촬영물이나 딥페이크를 다운받거나 소지하거나 시청만 해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나아가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아동과 청소년을 위장한 잠입수사를 허용했다. 이제 사이버 공간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작은 악마들을 경찰이 함께 따라 들어가 끌어낼 수 있게 됐다. 또한 먹잇감을 물색하는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그루밍 행위도 앞으로는 영미권 국가에서처럼 처벌하게 된다. 늦었지만 천만다행한 일이다. 다만 한 번의 실수 이후에도 상습적으로 이 같은 일에 연루되는 자가 있다면 형벌을 현저히 가중해야 한다. 자신이 어떤 잘못을 하고 있는지 명확히 알면서도 이런 일을 계속하는 것이라면 일상생활에 복귀 불가능할 정도로 처벌해야 한다. 그들이 벌인 일들은 피해자들의 영혼을 죽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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