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본색’… 여성 총살, 아이 채찍질

‘탈레반 본색’… 여성 총살, 아이 채찍질

변은준 0 86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하고 무장 반군 탈레반이 다시 권력을 잡으면 참혹한 폭정과 인권 유린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가리는 부르카를 입지 않고 거리에 나선 여성이 탈레반에 총살을 당했다.
아프간을 떠나려 공항 근처에서 대기하던 여성과 아이들은 채찍질에 쓰러졌다. 탈레반이 아프간 국기를 든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쏴 3명이 사망했다. 탈레반은 과거 그들에게 맞섰던 아프간의 한 종족 지도자 석상도 부쉈다. 철군을 밀어붙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프간의 폭력 사태를 막기 위해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비극은 이미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17일(현지 시간) 미국 폭스뉴스에 따르면 이날 아프간 북동부 타하르주의 주도 탈로칸에서는 한 여성이 부르카를 안 입고 거리에 나왔다가 탈레반의 총에 맞아 숨졌다.
그는 남색 바탕에 흰색, 분홍색 꽃이 그려진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쓰러진 여성 주변엔 피가 흥건했다. 부모와 가족으로 보이는 이들은 시신을 부둥켜안았다.
탈레반은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가혹하게 해석하고 적용해 과거에도 부르카를 안 입은 여성을 탄압했다.

이날은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이후 수도 카불에서 첫 기자회견을 연 날이었다.
그들은 이 자리에서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겠다”, “여성 차별이 없을 것임을 국제사회에 확신시켜 주고 싶다”고 밝혔었다. 전날인 16일엔 ‘사면령’을 선포하며 정부 관료, 병사, 미국의 조력자들에게도 복수하지 않겠다고 했다. ‘포용적이고 개방적인 정부’를 수립하겠다고도 했다.
이 같은 메시지에 일부 외신과 전문가들은 “탈레반이 변했다”, “보다 정치적인 조직이 됐다”며 기대 섞인 분석을 내놓기도 했었다.

부르카 안 입었다고 ‘탕’… 쫓겨난 女앵커 “탈레반 변하지 않았다”
‘탈레반 본색’


17일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주변에서도 유혈 사태가 벌어졌다.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공항 주변에 탈레반 군인들이 나타났다. 이곳엔 아프간을 탈출하려는 시민들이 모여 있었다.
탈레반은 갑자기 총, 채찍, 칼, 곤봉 등을 꺼내 들고 여성과 어린이 등 시민들을 폭행했다. 채찍질을 한 뒤에는 군중을 해산시키기 위해 총도 쐈다. 총에 맞은 사상자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현장 사진에는 당시 참상이 담겨 있었다. 한 성인 남성은 채찍에 맞아 피투성이가 된 어린 아들을 품에 안고 절망적인 표정으로 서 있었다. 축 늘어진 채 품에 안긴 아들은 초등학생 정도의 몸집이었다.
다른 사진에는 한 여성이 의식을 잃고 머리가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누워 있었다. 그는 검은색 부르카 차림이었다. 옆에는 한 소년이 옷에 피가 묻은 채 울고 있었다. 이 여성의 생존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시민들이 채찍질당하는 모습을 보며 입을 틀어막고 오열하는 남성의 모습도 보였다.
영국 더선은 “1시간 만에 최소 6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아프간의 새로운 공포 현실”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미국 백악관에서 진행한 대국민 연설에서 “우리는 아프간 국민을 계속 지원하겠다.
폭력 사태와 불안을 예방하기 위한 외교와 관여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불과 몇 시간 뒤 탈레반은 유혈사태를 벌였다.

미군이 주둔하던 20년간 사회 각계에 진출했던 여성들은 직장에서 쫓겨나고 있다. 아프간 국영TV 유명 앵커인 하디자 아민은 자신과 동료 여성 직원들이 무기한 정직을 당했다며 “탈레반은 탈레반이다. 그들은 변하지 않았다”고 17일 비판했다.
탈레반은 기자회견 다음 날인 18일 아프간 국기를 앞세운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 발포를 해 3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시위대는 탈레반 점령 이전 상태로 돌아가게 해 달라고 외친 것으로 전해졌다.

트위터에는 탈레반의 잔혹행위를 담은 영상이 잇달아 올라왔다. 탈레반이 소총과 휴대용 로켓포를 들고 골목을 돌아다니며 시민들을 무릎 꿇린 뒤 위협하는 영상도 있었다. 이슬람교로 개종을 거부하는 기독교인 여성의 머리를 총으로 쏴 살해하는 영상도 올라왔다.
영상 속 장면이 벌어진 시점이 탈레반의 카불 점령 이전인지, 이후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18일 AP통신에 따르면 아프간 중부 바미안주에서는 하자라족 지도자 압둘 알리 마자리의 석상이 탈레반에 의해 파괴됐다. 마자리는 1990년대 탈레반과 대립했던 인물이다.

http://n.news.naver.com/article/020/0003376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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