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직투’ 열풍에 쪼그라든 펀드 시장… 펀드 활성화 골머리
- 치킨집사장 작성
사진=픽사베이
[인포스탁데일리=박효선 기자] 개인투자자들의 직접투자 열풍에 펀드 시장이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특히 은행 등 금융사들의 라임‧디스커버리펀드 등 불완전판매 사태로 사모펀드 시장은 더욱 위축됐다.
비이자이익을 늘려야하는 은행으로선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자승자박’이라는 시장의 비판이 이어지면서 금융감독원의 책임론도 부각된다.
종목 ‘옥석가리기’에 한창인 개인투자자들은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 확대 요구에 나섰다. 증시 활황 속 금융범죄가 활개를 치는 가운데 지난해 폐지된 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대체할 조직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사모펀드 감독 강화가 더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중은행들이 사모펀드 판매 재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금융당국이 금감원 특사경 확대에 힘을 실어줄지 사모펀드 감독을 더욱 강화할지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주목된다.
◇“펀드 수익률 적어 차라리 주식에 투자”
출처=금융투자자보호재단
최근 1년간 펀드 신규 설정 규모는 줄어든 반면 펀드를 해지하거나 출금액이 늘어나 순유출 규모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ETF를 제외한 지난달 공모펀드 설정 규모는 69조1768억원, 해지(출금) 규모는 91조7961억원으로 집계됐다. 펀드에서 빠져나가는 금액이 신규 설정액 보다 22조6193억원 더 많은 셈이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같은 기간 국내펀드 설정 규모는 64조6782억원, 해지(출금) 규모는 87조5753억원으로 22조8971억원이 빠져나갔다.
다만 해외펀드로는 유입액이 들어오고 있다. 지난달 해외펀드에서 4조2209억원이 빠져나갔지만 4조4987억원 규모가 설정돼 2778억원 가량 증가했다.
지난달 사모펀드에서는 4536억원 가량이 빠져나갔다.
올해도 펀드 시장은 더욱 쪼그라들 전망이다.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이 지난해 10월 전국 투자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현재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전년 보다 13.8%p 감소한 21.6%로 집계됐다.
펀드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로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없거나 주식 등 다른 투자처가 더 매력적이어서'(26.9%)이 가장 많았으며 '투자자금 부족'(22.5%), '일반 예·적금처럼 안정적 방법 선호'(20.9%) 등이 뒤를 이었다.
펀드 가입 경로는 은행 또는 증권회사 등 금융회사를 직접 방문한 경우가 54.7%로 가장 많았고, 금융사 인터넷 사이트(25.0%), 모바일 채널(23.3%), 투자권유 대행인(11.5%) 등의 순이었다.
◇금감원 특사경 확대 요구 빗발… “사모펀드 감독 강화가 더 시급” 목소리도
출처=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이처럼 펀드 등 간접투자가 아닌 직접투자에 뛰어들어 종목 ‘옥석 가리기’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은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앞서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지난달 금융당국에 금감원 특사경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특사경 인원 증원을 요구했다. '여의도 저승사자'라 불렸던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지난해 초 폐지되면서 증권시장 작전세력들이 활개를 치는 가운데 이를 대응할 조직이라도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올해 조직개편 방향 중 특사경 인원 증원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금감원 특사경 인원은 10명 정도로, 3배 가량 확대를 희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 특사경 인원 확대 이전에 사모펀드 감독 강화가 더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특사경 확대로 기업을 향한 공권력 행사를 강화할 경우 자칫 예기치 못했던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며 “특사경 확대 여부에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원 본연의 업무인 사모펀드 감독 강화가 더욱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금감원은 특사경 확대뿐 아니라 사모펀드 전수조사 전담조직 상시화도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는 금감원 특사경 운영 성과를 점검하고, 올해 중순쯤 증원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은행권, 사모펀드 판매 재개 준비… 성과 보수 방안, 펀드 시장 되살릴까
한편 라임·옵티머스·독일 헤리티지·디스커버리·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등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사태로 투자자들이 펀드를 외면하면서 비이자이익을 늘려야하는 시중은행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은행권의 펀드 판매 비중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2018~2019년 말 40%대 안팎이었던 공모펀드 판매 비중은 지난해 말 30% 중반대로 대폭 감소했다.
특히 2018년 8%에 달했던 사모펀드 판매 비중은 라임 펀드 사태 이후 2019년 6%대 초반, 지난해 말 4%대로 내려앉았다.
이를 회복하기 위해 은행들은 금융당국과 모범규준을 제정하고, 내부통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11월부터 사모펀드를 팔기 시작했고, 우리은행도 사모펀드 판매 시기를 조율 중이다.
금융당국은 펀드 시장을 살리기 위한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현재 펀드 수익률에 따른 성과 보수를 산정하는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률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운용사 또는 판매사가 성과보수를 받고, 손실을 낼 경우에는 수수료를 최소화하는 식이다.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일부 운용사는 이미 이 같은 구조의 펀드를 시장에 내놨다.
최근 3개월 간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현황. 출처=금융투자협회
그러나 시장에서는 펀드 성과 보수를 손질해 펀드 시장을 활성화한다는 것에 다소 회의적인 반응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신뢰를 잃은 펀드 시장에 뛰어들 투자자가 얼마나 있겠느냐”며 “일단 펀드에 대한 신뢰 회복을 먼저 강구한 뒤 그 다음 수익률에 따른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고, 직접투자에서 부족할 수 있는 분산효과, 다양성 등을 더해 보수적 성향의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소규모 펀드를 줄이고 운용능력과 신뢰도를 제고해야 한다는 부연이다.
그는 “특히 꾸준한 성과로 투자자의 신뢰를 받는 ‘스타 매니저’가 나와줘야 하는데 운용업계에선 펀드 매니저들의 교체가 너무 잦고, 이는 펀드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실제 자산운용사별 펀드 매니저들의 등록·말소 현황을 살펴보면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 등에서 최근 3개월간 40~140여명 인원이 움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시장에 대한 신뢰 회복과 더불어 운용업계에서 ‘스타 매니저’를 육성시킬 수 있도록 잦은 매니저 교체 방지, 장기 투자 문화 등의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 금융투자자보호재단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선 수익률이 가장 중요한 만큼 펀드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펀드상품의 기대수익률을 높이거나 비용이 낮은 패시브펀드 상품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박효선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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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1.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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