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한복판 5층 건물 통째로 텅 비었다…'명동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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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한복판 5층 건물 통째로 텅 비었다…'명동의 눈물'
기사입력 2021-02-21 17:41 최종수정 2021-02-22 09:57
코로나 1년…서울 주요상권 붕괴
수억원 하던 권리금도 0원으로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명동 등 서울 주요 상권이 무너졌다. 명동 거리의 텅 빈 상점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신경훈 기자 [email protected]
관광명소 명동·이태원, 대학가 신촌·이대 등 서울 주요 상권이 무너지고 있다. 해외 관광객 감소로 침체하던 상황에서 1년째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내국인 발길마저 끊겼다. 거리에 있는 1층 상가 절반은 공실이고, 수억원 하던 권리금은 0원으로 떨어졌다. 폐업 비용마저 수천만원에 달해 일부 자영업자는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다.
지난 19일 한국경제신문 기자들이 찾아간 명동 이태원 신촌·이대 상권은 문을 연 점포보다 닫은 곳이 더 많았다. 명동 상권 입구인 명동2가 눈스퀘어부터 지하철 4호선 명동역까지 500m 거리에 있는 1층 상가 67곳 중 휴업하거나 공실인 곳이 절반이 넘는 34곳에 달했다. 비싼 임차료에도 ‘상징성’이란 이유로 명동에 진출했던 유니클로 H&M 등 해외 의류 매장은 지난해 줄줄이 철수했다. ‘서울미래유산’으로 등록된 50년 노포 전주중앙회관도 지난해 7월 문을 닫았다.
지난해 한 클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나온 이태원은 세계음식문화거리(500m) 1층 상점 36곳 중 휴·폐업한 곳이 16곳이었다. 비대면 수업으로 학생이 줄어든 이화여대 앞도 200m 거리의 점포 57곳 가운데 47곳이 폐업이나 휴업했다. 지하철 2호선 신촌역 인근에서 214㎡ 규모 코인노래연습장을 운영하는 박진실 씨(46)는 “코로나19 이후 생긴 빚만 1억원”이라며 “매출을 다 합쳐도 고정비가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라 남편이 배달을 해서 월세 일부를 내고 있다”고 했다.
지난 19일 금요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상권 입구인 명동2가 눈스퀘어 앞에 들어서자 문 닫힌 상가 점포 6곳이 연달아 보였다. 문 앞에는 ‘임대 문의’ ‘임시 휴업’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번화가인 명동8길에도 빈 점포가 수두룩했다. 지하철 4호선 명동역까지 500m 사이 1층 상가 67곳 중 34곳은 공실이거나 휴업 중이었다. 명동8길 한가운데 있는 5층짜리 건물은 통째로 비어 있었다.
4층 규모 의류 매장을 둘러보는 손님은 서너 명, 건너편 화장품 가게 두 곳에는 손님 없이 직원만 한 명씩 있었다. 영업 중인 거리 노점상은 세 곳에 그쳤다. 홀로 옷가게를 지키던 주인 A씨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매출이 90% 넘게 빠졌다”며 “거리가 되살아날 것이란 기대마저 접었다”고 했다.
명동 상권은 코로나19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쇠퇴가 더 빨랐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98.5% 줄었다. 관광객이 주로 찾는 화장품 가게와 의류 매장의 폐업이 늘어난 이유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명동 중대형 상가(3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330㎡ 초과) 공실률은 22.3%로 전년 동기(8.9%)의 2.5배 정도였다.
명동역 8번출구 앞에 있는 한 건물은 유니클로 명동중앙점이 지난달 31일 폐업한 뒤 1~4층이 텅 비어 있었다. 이곳은 국내에서 가장 큰 3729㎡(4층) 규모 유니클로 매장으로 2011년 개장 첫날 매출 20억원을 올렸다. 스웨덴 패션 브랜드 H&M의 국내 1호 매장인 명동눈스퀘어점도 개업 10년 만인 지난해 11월 폐업했다.
이태원은 지난해 5월 한 클럽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나온 뒤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8개월가량 유흥시설에 내려진 집합금지 명령도 직격탄이 됐다. 그동안 이태원은 라운지펍과 클럽 등 유흥시설 중심으로 상권을 지켜왔다.
20년간 모은 9억원을 들여 2018년 이태원에 라운지펍을 연 황모씨(46)는 코로나19 이전엔 월매출이 600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그가 개업 후 정상영업을 한 기간은 1년 남짓에 불과했다. 이후 집합금지 명령과 밤 10시 이후 영업금지로 사실상 문을 닫아야 했다. 문을 연 기간에도 한 달 매출은 1000만원을 넘지 못했다. 황씨는 “임차료 전기료 등 고정비만 3500만원이 드는데 적자가 누적돼 18명이던 가게 직원까지 모두 내보냈다”며 “문을 다시 열어도 오후 10시까지만 영업할 수 있어 재개업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원의 한 부동산에는 1층 상가를 무권리금으로 내놓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한 식당 점주는 “사람들이 무서워 이태원으로 오지 않는다”며 “이 상태로 앞으로 3개월이면 거의 모든 상인이 버티지 못하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 앞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박춘희 씨(70)는 “1997년 개업 후 24년 만에 처음으로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수업이 비대면으로 바뀌면서 가게를 찾는 학생은 줄고, 매출도 60% 넘게 감소했다. 그는 “2014년 이후로 7년째 동결해온 김치볶음밥 가격(6000원)마저 올려야 하나 고민된다”며 “언젠가 상황이 나아질 거라고 하기엔 일흔이 넘는 나이라 막막하다”고 했다.
2014년 억대 권리금을 주고 66㎡ 규모 신발 가게를 연 전모씨(39)는 “하루하루 계약기간만 버티자는 심정으로 살고 있다”며 “코로나 사태 이전 하루 70~80켤레를 팔았는데 지금은 한두 개도 못 팔 때가 많다”고 했다.
직장인이 많은 강남과 광화문은 다른 상권에 비해 형편이 상대적으로 낫지만 이곳 역시 공실이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광화문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5.3%로 전년 동기(3.7%)보다 네 배 이상으로 늘었다. 강남대로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4.05%에서 8.70%로 뛰었다. 지하철 3호선 양재역 주변에서 4년째 호프집을 운영하는 이창호 씨(45)는 “지난달 직원 5명 중 4명을 내보냈다”며 “코로나19 이전 평균 3000만원이던 월매출은 한 달 임차료(628만원)에도 못 미치는 550만원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수억원 하던 권리금도 0원으로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명동 등 서울 주요 상권이 무너졌다. 명동 거리의 텅 빈 상점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신경훈 기자 [email protected]
관광명소 명동·이태원, 대학가 신촌·이대 등 서울 주요 상권이 무너지고 있다. 해외 관광객 감소로 침체하던 상황에서 1년째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내국인 발길마저 끊겼다. 거리에 있는 1층 상가 절반은 공실이고, 수억원 하던 권리금은 0원으로 떨어졌다. 폐업 비용마저 수천만원에 달해 일부 자영업자는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다.
지난 19일 한국경제신문 기자들이 찾아간 명동 이태원 신촌·이대 상권은 문을 연 점포보다 닫은 곳이 더 많았다. 명동 상권 입구인 명동2가 눈스퀘어부터 지하철 4호선 명동역까지 500m 거리에 있는 1층 상가 67곳 중 휴업하거나 공실인 곳이 절반이 넘는 34곳에 달했다. 비싼 임차료에도 ‘상징성’이란 이유로 명동에 진출했던 유니클로 H&M 등 해외 의류 매장은 지난해 줄줄이 철수했다. ‘서울미래유산’으로 등록된 50년 노포 전주중앙회관도 지난해 7월 문을 닫았다.
지난해 한 클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나온 이태원은 세계음식문화거리(500m) 1층 상점 36곳 중 휴·폐업한 곳이 16곳이었다. 비대면 수업으로 학생이 줄어든 이화여대 앞도 200m 거리의 점포 57곳 가운데 47곳이 폐업이나 휴업했다. 지하철 2호선 신촌역 인근에서 214㎡ 규모 코인노래연습장을 운영하는 박진실 씨(46)는 “코로나19 이후 생긴 빚만 1억원”이라며 “매출을 다 합쳐도 고정비가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라 남편이 배달을 해서 월세 일부를 내고 있다”고 했다.
강남 호프집 月매출 3000만원→550만원…이대앞 가게 80%가 휴업
강남·명동·이태원·이대, 서울 핵심상권 둘러보니…
서울 이화여대 인근 골목에 점포마다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영우 기자 [email protected]강남·명동·이태원·이대, 서울 핵심상권 둘러보니…
지난 19일 금요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상권 입구인 명동2가 눈스퀘어 앞에 들어서자 문 닫힌 상가 점포 6곳이 연달아 보였다. 문 앞에는 ‘임대 문의’ ‘임시 휴업’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번화가인 명동8길에도 빈 점포가 수두룩했다. 지하철 4호선 명동역까지 500m 사이 1층 상가 67곳 중 34곳은 공실이거나 휴업 중이었다. 명동8길 한가운데 있는 5층짜리 건물은 통째로 비어 있었다.
4층 규모 의류 매장을 둘러보는 손님은 서너 명, 건너편 화장품 가게 두 곳에는 손님 없이 직원만 한 명씩 있었다. 영업 중인 거리 노점상은 세 곳에 그쳤다. 홀로 옷가게를 지키던 주인 A씨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매출이 90% 넘게 빠졌다”며 “거리가 되살아날 것이란 기대마저 접었다”고 했다.
관광객 급감에 명동 거리 ‘텅텅’
명동 이태원 신촌 등 서울 주요 상권은 2~3년 전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다. 온라인 거래 증가로 손님은 갈수록 줄고, 상권을 지탱해주던 중국인 관광객마저 급감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이같이 벼랑 끝에 서 있던 자영업자를 벼랑 ‘아래’로 내밀었다. 1년 가까이 이어진 방역지침으로 유동인구가 크게 감소한 데다 집합금지 등 영업제한도 받았다.명동 상권은 코로나19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쇠퇴가 더 빨랐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98.5% 줄었다. 관광객이 주로 찾는 화장품 가게와 의류 매장의 폐업이 늘어난 이유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명동 중대형 상가(3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330㎡ 초과) 공실률은 22.3%로 전년 동기(8.9%)의 2.5배 정도였다.
명동역 8번출구 앞에 있는 한 건물은 유니클로 명동중앙점이 지난달 31일 폐업한 뒤 1~4층이 텅 비어 있었다. 이곳은 국내에서 가장 큰 3729㎡(4층) 규모 유니클로 매장으로 2011년 개장 첫날 매출 20억원을 올렸다. 스웨덴 패션 브랜드 H&M의 국내 1호 매장인 명동눈스퀘어점도 개업 10년 만인 지난해 11월 폐업했다.
억대 권리금은 ‘무권리금’으로
술집과 클럽 등이 모여 있는 이태원 상권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후 6시께 해밀톤호텔 뒤편 세계음식문화거리 500m 사이 1층 점포 36곳 중 휴업 또는 폐업한 상점은 16곳이었다. 한 이탈리아 레스토랑에는 테이블 15개 중 2개에만 손님이 있었다.이태원은 지난해 5월 한 클럽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나온 뒤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8개월가량 유흥시설에 내려진 집합금지 명령도 직격탄이 됐다. 그동안 이태원은 라운지펍과 클럽 등 유흥시설 중심으로 상권을 지켜왔다.
20년간 모은 9억원을 들여 2018년 이태원에 라운지펍을 연 황모씨(46)는 코로나19 이전엔 월매출이 600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그가 개업 후 정상영업을 한 기간은 1년 남짓에 불과했다. 이후 집합금지 명령과 밤 10시 이후 영업금지로 사실상 문을 닫아야 했다. 문을 연 기간에도 한 달 매출은 1000만원을 넘지 못했다. 황씨는 “임차료 전기료 등 고정비만 3500만원이 드는데 적자가 누적돼 18명이던 가게 직원까지 모두 내보냈다”며 “문을 다시 열어도 오후 10시까지만 영업할 수 있어 재개업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원의 한 부동산에는 1층 상가를 무권리금으로 내놓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한 식당 점주는 “사람들이 무서워 이태원으로 오지 않는다”며 “이 상태로 앞으로 3개월이면 거의 모든 상인이 버티지 못하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업무 상권도 발길 ‘뚝’
서울의 대표적 대학가 상권인 신촌·이대도 한산한 모습이었다. 대학 수업이 비대면으로 바뀌면서 학생들의 발길이 줄어든 탓이다. 이날 이대 정문에서 경의중앙선 신촌역으로 가는 200m 거리에 1층 상점은 57곳 중 10곳만 문을 열었다. 30곳에는 ‘임대 문의’라고 쓰여 있었고, 네 곳에는 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나머지 13곳은 철문으로 닫혀 있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작년 이맘때 새내기 모임과 미팅 등으로 북적이던 연세대 주변도 황량했다.이대 앞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박춘희 씨(70)는 “1997년 개업 후 24년 만에 처음으로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수업이 비대면으로 바뀌면서 가게를 찾는 학생은 줄고, 매출도 60% 넘게 감소했다. 그는 “2014년 이후로 7년째 동결해온 김치볶음밥 가격(6000원)마저 올려야 하나 고민된다”며 “언젠가 상황이 나아질 거라고 하기엔 일흔이 넘는 나이라 막막하다”고 했다.
2014년 억대 권리금을 주고 66㎡ 규모 신발 가게를 연 전모씨(39)는 “하루하루 계약기간만 버티자는 심정으로 살고 있다”며 “코로나 사태 이전 하루 70~80켤레를 팔았는데 지금은 한두 개도 못 팔 때가 많다”고 했다.
직장인이 많은 강남과 광화문은 다른 상권에 비해 형편이 상대적으로 낫지만 이곳 역시 공실이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광화문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5.3%로 전년 동기(3.7%)보다 네 배 이상으로 늘었다. 강남대로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4.05%에서 8.70%로 뛰었다. 지하철 3호선 양재역 주변에서 4년째 호프집을 운영하는 이창호 씨(45)는 “지난달 직원 5명 중 4명을 내보냈다”며 “코로나19 이전 평균 3000만원이던 월매출은 한 달 임차료(628만원)에도 못 미치는 550만원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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