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권자가 아닌 제3자를 생명보험금 수령인으로 변경했더라도 유류분 권리자에게 손해가 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수령인 변경 이후 1년 안에 상속이 개시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1일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씨가 사망한 남편 B씨의 내연녀인 C씨를 상대로 제기한 유류분 반환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을 깨고 광주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고 밝혔다.
A씨는 B씨의 법정 배우자로 유일한 상속인이었다. 의사였던 남편 B씨는 A씨를 상대로 2012년 이혼 소송을 청구했지만 본인이 유책배우자였던 터라 법원으로부터 기각됐다.
그러자 B씨는 2013년 1심 이혼소송에서 패소한 직후 자신의 생명보험 4건의 수령인을 내연녀였던 C씨로 바꿔버렸고, 2017년 돌연 극단적 선택을 했다. 기존에 들었던 생명보험까지 합쳐 C씨가 받게 된 사망보험금은 총 12억 8000만원이었다.
여기에 추가로 C씨는 B씨가 동료 의사들과 동업 계약을 체결해 운영하던 병원들의 지분 9억8000여만원도 민사소송을 통해 받아갔다.
반면 아내 A씨는 2억 3000만원 정도의 예금과 상속 채무 5억 7500여만원이 돌아갔다. 사실상 받을 돈보다 대신 갚아야 할 빚이 더 많았던 터라 A씨는 한정승인 신고를 했고, A씨의 순상속분액은 0원이 됐다. A씨는 C씨를 상대로 유류분 17억여원을 덜 받았다며 소송을 청구했다.
유류분이란 상속 재산 중 상속인이 법적으로 받을 수 있는 일정 부분을 말한다. 배우자인 A씨의 경우에는 상속 재산 중 절반을 받을 수 있다
사건의 쟁점은 B씨가 C씨에게 남긴 보험금이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서 증여로 계산돼야하는지 여부였다. 제3자 증여의 경우 기초재산에 포함시키려면 상속 개시 1년 전까지(민법1114조)의 증여액만 가능하고, 증여 당사자 쌍방이 유류분권리자에게 손해가 될 것을 알고도 증여한 경우만 가능하다.
1심은 유류분 침해 가능성을 당사자들이 인지하지 못했다고 판단해 B씨가 생전 납입한 보험료가 기초재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반면 항소심은 유류분 손해가 발생할 것을 알았다고 보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B씨가 C씨를 보험금 수령인으로 바꾼 것이 증여에 해당하긴 하지만, 이것이 A씨의 유류분에 손해를 끼칠 것으로 인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B씨의 나이, 직업, 소득, 사망 경위 등에 비춰볼 때 40대 중반의 의사였던 그가 건상상 문제가 있었다는 정황도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 재산이 늘지 않을 것을 예상하고 미리 증여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B씨는 원고 A씨를 상대로 이혼 청구의 소를 제기한 상태였고 1심 패소 이후에도 항소, 상고를 거듭했다”며 “B씨가 그 명의의 재산을 남겨두지 않으려는 조치를 취했다면 이는 당장 원고와의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에 대비한 것으로 볼 여지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A씨가 상속분보다 상속채무가 더 많아 한정승인을 받은 만큼 채무 초과분을 유류분액에 가산해서는 안 되고, 순상속분액을 0원으로 보고 유류분을 계산해야한다고 결정한 1심의 판단을 원용했다.
http://n.news.naver.com/article/081/0003300774?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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